[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배터리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가 포함된 배터리 핵심 소재를 재활용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줄이는 한편, 주요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내년 사용 후 배터리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지원법을 마련한다. 또 전기차 폐차 단계에서 성능평가 방식을 도입해 사용후 배터리도 폐기물이 아닌 제품 대우를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관련 업계의 부담도 완화한다.
|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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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각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2020년 524억 달러에서 30년 3976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한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핵심광물·4대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공급망 다각화 및 내재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향후 국내 전기차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 발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용 후 배터리는 셀 일부 수리·교체 후 자동차에 탑재(재제조)하거나 에너지 저장장치로 용도 전환(재사용) 등 이차적 산업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폐기물법상 폐기물로 분류되는 등 과도한 규제로 재사용·재제조를 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안을 내년에 마련한다. 법안에는 사용 후 배터리 수거·운반·보관 기준과 함께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및 정보입력 의무 등을 담을 예정이다. 판매·구매자 등 거래 주체가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배터리 이력 관리를 하기 위함이다. 사용 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재사용 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3단계 안전점검 체계를 도입한다.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전기차 폐차 단계에서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방식을 도입한다. 이 경우 재제조·재사용 기준을 충족하는 사용 후 배터리는 탈거 시 부터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한다. 전기차 폐차 후 탈거 전 성능평가 도입 이전까지는 재제조·재사용이 가능한 사용 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한다. 재활용 용도의 사용 후 배터리의 보관·처리 가능 기간응ㄹ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해 재활용 업체가 안정적으로 원재료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현재 반도체 등에 적용 중인 특허 우선심사 제도 도입과 전문 심사인력을 확대해 이차전지 특허 심사기간을 21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상 전기자동차 정의에 ‘전기이륜차’를 포함해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서비스 사업자에게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면제하고 이차전지 구독서비스 등 신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세제 및 재정지원도 강화한다. 광업권·조광권 취득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투자·출자액의 3%)도 2024년 투자부분부터 적용한다. 니켈·리튬 등 핵심광물 정·제련 필수 기술을 ‘조세제한특례법’ 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한다.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분야에 향후 5년 간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또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신속히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R&D)에 2024년에 7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