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는 2023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본 예산 대비 4.6% 증가한 57조 1268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돼 추진된 해군 경항공모함(이하 경항모) 확보 사업은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경항모에 탑재되는 함재기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군 당국은 사업 포기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 정부들어 경항모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항모 사업의 출발…“미래 위협 대응 전력 갖추자”경항모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현실적 위협 대응용 전력이 아닌 미래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 군은 전통적 안보 위협에 더해 비전통적 안보 위협까지 감안한 군사력 건설을 추진했다.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전면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게 지금 시대의 안보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포괄적 안보’다.
| 우리 해군의 경항공모함 전투단 기동 예상 모습 (사진=해군) |
|
이에 더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잠재적 위협 요소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한일공동개발구역을 의미하는 7광구나 독도, 혹은 이어도 앞바다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적정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무역을 위해선 세계 시장에 대한 제한없는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보장하는 방안으로 항모 전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준비해 2033년께 전력화 한다는 목표였다.
각종 반대 논란 속 예산안 기사회생
그러나 일각에선 당장의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데는 원자력잠수함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방공망을 더 촘촘히 하고 타격 전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됐다.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진다’, ‘6조원 짜리 좋은 표적이 될 것이다’는 등의 반대 논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해군은 북한의 다른 위협에 대한 대응이나 국민 생활의 윤택함을 보장해 주는 에너지·식량·자원 안보를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더 유용하다고 반박했다. 항공모함과 잠수함, 미사일 등의 무기체계는 그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다.
지난 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폭 삭감됐던 경항모 사업 관련 올해 국방예산이 막판에 기사회생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서 2022년 약 72억원에 이르는 경항모 사업 예산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국민의힘의 거센 반대로 막판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가 결국 민주당이 전체 수정예산안을 단독 상정함에 따라 어부지리격으로 경항모 예산도 되살아났다.
現정부, 경항모 부정적…사실상 사업 폐기?
확정된 예산은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과 △함재기 자료·기술지원 비용 8억4800만원 △간접비 9900만원 등이다. 올해 이를 지출해야 하지만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수직이착륙형 전투기 등 함재기 검토가 끝나지 않아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게 방위사업청 설명이다.
군 당국은 앞서 1차 함재기 소요검증에서 F-35B급 수직이착륙기가 부정적 평가를 받아, 타 함재기 뿐만 아니라 국내 개발 가능성까지 추가 검증을 하고 있다. 소요검증은 합참이 결정한 소요의 적절성과 사업 필요성 및 우선순위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함재기 사출 방식이 결정돼야 경항모 설계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 미 강습상륙함 USS 아메리카에서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들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록히드마틴 홈페이지) |
|
그러나 올해 경항모 사업 예산 집행이 되지 않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사실상 좌초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속한 인사들과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이 경항모 사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함재기 후보기로 거론된 F-35B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사업 기종인 F-35A와 경쟁 관계에 있다. F-35A 추가 도입 사업이 결정되면서 경항모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가 됐다.
현 정부는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 및 포괄적 안보 대응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선제타격체계(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 대량응징보복 체계(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 조기 구축을 강조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예산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