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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실은 왕실에서 태어난 아기의 태를 묻은 곳이다. 좋은 땅을 골라 태를 모심으로써 아기씨의 건강뿐 아니라 왕실과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조선 왕실의 독특한 문화다. 초안지는 왕실에서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처음 묻은 곳이며, 초장지는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처음 묻은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9년 태실과 분묘의 훼손을 막고 온전히 보전한다는 명분 아래 서삼릉에 집단 태실과 묘역을 조성해 이들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길지의 장소성과 본래의 역사적인 맥락이 훼손됐다. 태실과 분묘를 꾸민 석물 등의 문화재도 흩어져 방치됐다.
궁능유적본부는 태실과 분묘의 역사성 회복과 체계적 관리·활용을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연구를 의뢰했다. 각 태실과 분묘에 대한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 문헌자료 조사,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된 분묘 초장지 현장 조사, 전국에 산재한 태실 초안지 현장 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번 결과 보고서는 조선왕실 태실과 분묘의 초안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유적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선 왕실 태실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태실의 현황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비공개 구역인 고양 서삼릉 내 집단 태실과 묘역을 오는 9월부터 해설사를 동반한 제한관람 형식으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