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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리오프닝, 인플레 하방보다 상방 요인 자극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회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발표자로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국장은 단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의 리오프닝을 꼽았다.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완화돼 경기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물가 측면에선 공급망 완화로 인한 하방 압력과 중국의 원자재 수요 확대로 인한 상방 압력이 혼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가별 공급망 압력지수를 통해 분석해 본 결과 중국 공급망 차질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은 1년간 0.3~0.5% 정도 둔화된다. 동시에 공급망 차질이 중간재 공급 제약 및 비용 상승을 유발시켜 물가상승을 자극한다.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소비자 물가 기준으론 0.2%포인트, 생산자 물가로는 0.5%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국장은 “향후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진작 효과가 크겠으나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이번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공급 차질 정도가 과거 확산기 대비 작았던 만큼 인플레 하방 요인보다는 중국의 펜트업 수요의 빠른 확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방 요인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中에 철강금속·기계 밀리고 전기차·2차 전지도 경쟁력 높아
중장기적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요인으론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이 꼽힌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편입돼 IT, 전기차 및 배터리 등 미·중 갈등 핵심품목 수출 비중이 높아 교역 분절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원자재·중간재의 높은 수입의존도로 인해 분절화 심화시 생산 차질 및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수출 등의 피해도 큰 편이다. 실제로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대중 수출이 추세 대비 3% 줄어들었다. 김 국장은 “당시엔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이 주로 감소했으나 미중 갈등 심화시 중국 기술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철강금속, 기계 등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주력 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김 국장은 “반도체는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수준이나 전기차, 2차 전지 등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역·기술 분절화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의 경우 분절화로 중국 대비 기술 우위를 강화하고 미국 시장 진출 기회 확대 등의 이점이 있는 반면 해외 생산설비·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국내 혁신 생태계 약화, 연관산업 고용 축소 등의 부작용도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의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영향으로 배터리 광물 조달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 흑연 등은 중국의 글로벌 공급 비중이 60% 이상에 달한다.
김 국장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거시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각와 대응을 요구한다”며 “팬데믹 이전과 달리 공급 능력 제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해 물가와 경기간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상충 관계)를 확대시킨다”고 평가했다. 공급망 제약이 경기둔화와 함께 물가상승을 동시에 자극해 정책적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김 국장은 “산업 측면에선 그간 중국 특수로 인해 지연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기업들은 공급망 집중을 줄이고 다변화 등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분절화는 경제와 외교·안보적 요인이 맞물려 있어 민·관 협력하에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며 “신기술·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