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있는 권칠승 의원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히 이뤄진 ‘졸속’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R&D예산 삭감은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뿌리산업 관련 기술 개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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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예산을 삭감하는 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면서 “졸속으로 깎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R&D가 1년 만에 끝나는 게 거의 없고 연차별로 연결돼 있다”면서 “쉽게 끊고 예산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설령 예산을 줄인다고 해도 각 연구 아이템별로 특징과 진행 상황을 면밀히 보고 예산을 짜야한다”면서 “시간상 그렇게 예산을 삭감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과학계 이권 카르텔’이 있다고 지적한 후 R&D예산 삭감안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국가 R&D 예산을 올해 대비 16.6%(5조2000억원) 삭감한 25조9000억원이라고 밝혔다. 1997년말 외환위기 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에도 삭감된 적이 없었던 예산이 R&D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예산안이라는 평가다.
권 의원은 “중소기업은 뿌리산업 관련해 여러가지 기술을 더 개발한다”면서 “국가 R&D라는 방식으로 지원되지 않으면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중소기업 R&D를 장려하며 더 도와줘야 하는 마당에 졸속으로 예산을 줄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에 대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전 세계 4위권에 있는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켜낼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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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마지막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현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기부가 하는 일은 경쟁력이 좀 떨어지거나, 혹은 새로 시작하려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을 돕는 게 주 업무”라면서 “이런 부분에 좀 더 치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도 여러가지 조정방식과 제도를 통해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제도 보완,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망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대한 정부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3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난 2021년 2월에 취임해 2022년 5월까지 재직했다. 코로나 기간 벤처·스타트업 지원하는 제도 개선과 규제자유특구 법제화 등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