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몰린 美…"600건 신청, 절반만 받아도 운 좋아"

러몬도 美상무장관, 반도체법 신청 기업수 언급
알려진 460건보다 많아…실제 지급 규모 적을듯
"美 2030년까지 첨단반도체 전세계 20% 생산 달성"
  • 등록 2024-02-27 오전 9:33:31

    수정 2024-02-27 오후 7:27:5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들이 제출한 투자규모가 미 연방 정부가 가용 가능한 금액의 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실제로 받게 될 보조금은 신청 기업들이 원하는 규모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사진=로이터)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 안팎의 기업들이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모두 6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투자의향서 제출건수 460건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은 “우수한 기업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상당한 다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잔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2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이 가운데 미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 390억달러 가운데 280억달러를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를 포함한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만 700억달러(약 93조원)가 넘는다는 게 러몬도 장관의 설명이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한정된 보조금으로 최대한 효과를 얻고 세금을 아끼고자 기업들과 보조금 협상을 할 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와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데 합리적인 요청이지만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들이 최종 합의를 하려고 다시 올 때는 원했던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받으면 그들은 ‘운이 나쁜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대규모 최첨단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2곳을 조성하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면서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첨단 반도체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완료될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최첨단 반도체 기업 중에선 TSMC가 총 4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 공장 2곳을 건설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총 173억달러를 들여 텍사스 테일러에 약 500만㎡(150만평) 규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까지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은 기업은 총 3곳이다. 미 상무부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와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달 초에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가 10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내달 말까지 인텔을 포함한 주요 지원 기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 예산이 지금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하지만, 미래에는 ‘제2 반도체법’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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