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전을 보면서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될 것 같았고, 그러려면 무조건 ‘표준 소프트웨어(SW)툴’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죠. 표준 SW는 사람이 커스터마이징하지 않아도 되고, 비전문가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 출신인 이홍석 뉴로클 대표는 2019년 뉴로클 창업 당시 집중했던 생각은 “제조업이 아닌 IT, 표준 SW였다”고 했다.
사실, 현재 기업의 AI 시장을 겨냥한 회사들 다수는 사전 컨설팅과 파인튜닝(개별정보를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을 위해 인력을 투입하는 모델을 갖고 있다.
하지만 뉴로클은 다르다. 고객사에 맞는 AI모델을 만들어주는 ‘뉴로티(Neuro-T)’와 해당 모델을 실시간으로 사업에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뉴로알(Neuro-R)’이란 SW를 장착하면 쉽게 회사에 맞는 AI 딥러닝 모델을 만들고 이미지를 분류할 수 있다.
이런 모델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쉽게 사진, 동영상, 이미지 등을 편집하는 어도비와 유사하다.
뉴로클은 2019년 자본금 2억 원으로 창업해 현재 33명의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시스템통합(SI)이 아닌 표준 SW를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고집은 서울대, KAIST, 연세대 출신 인재들과 LG, 한화, GE 등 굴지의 IT 기업 출신 인력을 끌어당겼다.
창업 2년째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을 만큼, 고객사도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초기 IBK 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창공에 당선돼 자금 지원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덕분에 뉴로클은 외부 투자 유치 없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홍석 대표가 생각하는 뉴로클의 경쟁력은 ‘오토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그는 “우리의 경쟁력은 기술로 자동 최적화하는 데 있다. 작년에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 오토 딥러닝 알고리즘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고 전했다.
뉴로클의 고객사가 제조업, 병원, 교육 등 다양한 것도 바로 ‘오토 딥러닝 알고리즘’ 덕분이다.
다만, 아직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형태로 구현되진 않는다. 이 대표는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병원 등에서 보안을 이유로 설치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면서 “로컬로 설치해 드리고 업데이트해 드리는 상황이다. 로컬 클라우드 개념”이라고 했다.
|
데이터 중심 AI에 맞춰 업데이트
얼마 전 뉴로클은 ‘뉴로티’와 ‘뉴로알’ 4.0 버전을 발표했다. 어떤 의미일까.
비전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이유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시장은 비전(Vision)분야 외에도 다양하다. 뉴로클은 왜 비전에 집중할까.
그는 “비전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데이터 포맷이 이미지였기 때문”이라며 “이미지 파일 형태만 JPG냐 BMP냐 이것만 차이가 있어 데이터 자체가 규격화돼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어 “시계열이나 언어모델 등 다른 걸로 가면 데이터가 포맷화 돼 있지 않아 표준 SW로 가기 어려웠다. 결국은 SI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전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순간, 국내 스타트업들은 솔직히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비전은 다르다. 제조업은 우리 회사만의 불량 이미지, 의료는 우리 병원만의 내시경 이미지가 있어 해당 데이터로 무조건 최종 파인튜닝(미세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쪽은 국내 기업에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회사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데이터와 관련해 중국 기업 걸 쓰는데 약간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비전 AI쪽은 완전 초기 시장은 지났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경영학과 출신답게 고민 중 하나는 기업문화라고도 했다. 이홍석 대표는 “저는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이 강해 사실 번아웃(정신적 탈진)은 없다”면서도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더라. (가정생활을 고려해) 일하는 게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장점은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 대표는 몇 개월 전 아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