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에 따라 진행될 시합이었지만 이 경기는 참극으로 끝납니다. 시합 중 화가 난 역도산이 기무라를 일방적으로 폭행했기 때문이죠. 이 시합으로 기무라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본 내에서 이 시합은 회자되고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에서 ‘진짜 싸움’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극명한 예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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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은 예상할 수 있는 규칙 하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재미를 느낍니다. ‘치열한 싸움’을 선수들이 펼친다고는 하지만 ‘진짜 싸움’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죠.
여의도 정치권도 프로레슬링의 링(무대) 혹은 종합격투기의 케이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여당팀과 야당팀이 태그팀을 이뤄 의원들끼리 싸우는 것이죠. 허나 그 싸움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말과 논리로 싸웁니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상대 선수를 물거나 급소를 걷어차지 않는 것처럼요. (물면 쫓겨납니다)
그러다보니 프로레슬링이나 UFC에서 볼 수 있는 라이벌 구도도 나타납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릴 정도로 관계가 안 좋지만 보는 관중들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같은 구도의 한 예로 ‘안철수-이준석’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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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정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씩 서로를 인정해준다고 할까요? 최근 이 의원은 ‘안철수가 (홍준표, 오세훈보다) 그나마 낫다’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안 의원도 싫지 않은 반응을 보여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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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극단적인 사례가 하나 있는데 2010년 12월 국회 예산안을 처리할 때였습니다. 4대강 예산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소수 야당과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남자 의원들끼리 주먹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반백(半百)을 넘긴 의원님들이 학교 뒷동산에서 하던 ‘막싸움’을 한 것인데 TV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습니다.
이후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듬해 3월 만찬 자리에서 두 사람은 만났고 화해의 술잔을 나눴다고 합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지금까지 ‘절친’처럼 지낸다고 합니다. 여야 출신 당을 뛰어넘는 인연을 이어오는 것입니다. 이것도 국회라는 ‘링’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화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수들끼리의 격한 싸움 도중 ‘순간 감정’이 개입된 것이니까요.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링과 케이지 안의 싸움을 ‘진짜 싸움’으로 여기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끼리 진짜 미워하고 증오한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악역 주인공을 미워하는 ‘우리 할머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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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 팀’을 이룬 여당선수는 전례없이 왜소합니다. 2m 헤비급 장신이 된 야당선수들에게 매번 두둘겨 맞고 옵니다. 같은 팀 선수들은 힘을 못쓰지, 야당선수들은 자신에게까지 ‘풀스윙’을 날려대지, 속이 뒤집힐 수밖에요. ‘길거리 싸움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인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링 안은 진짜 전쟁이 됩니다. 진짜로 화가 나서 각목과 철제의자를 링 위에 올려놓고 야당선수와 말 안 듣는 여당대표를 손봐주려고 했던 것이죠. 물론 이 시도는 심판과 관중에 제지를 받고 실패합니다. 상대를 ‘없애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링을 장악해 ‘일방적 구타’로 되갚아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여의도에서 싸우는 룰’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요?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의도 싸움’에 대한 이해를 했으면 또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자기만의 전쟁’에 빠져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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