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친개 아닙니다"…은평서 연신지구대에 내걸린 현수막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미친개 발언 항의 차원
지구대장 "주민들 동참 문의 많아…포토존으로 활용"
  • 등록 2018-03-25 오후 2:57:13

    수정 2018-03-25 오후 4:28:07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의 “경찰은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 발언에 대한 항의 플래카드가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지구대 건물 외벽에 걸려있다.
[사진·글=이데일리 조해영 송승현 기자]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22일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비난한 것을 두고 경찰들이 항의 차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릴레이’에 나선 가운데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가 건물 외벽에 항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SNS를 이용한 한 항의는 꽤 있었지만 일선 경찰서 지구대에서 직접 플랜카드를 내걸며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신내지구대는 지난 23일 오후 3시쯤 지구대 입구 왼쪽 외벽에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흰 바탕의 플래카드에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은 조선시대 승려인 무학대사의 글귀를 빌려 쓴 것으로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이다. 경찰을 ‘미친개’로 비유한 데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플래카드는 이지은 연신내지구대장(경정)(41·여)의 아이디어다. 이지은 지구대장은 “지난 23일 인증샷 릴레이가 시작된 후 ‘지인이 경찰인데 나도 그 릴레이에 동참하고 싶다. 혹시 피켓을 구할 수 있느냐’ 등의 주민과 경찰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지구대장은 또 “지구대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피켓용 인증샷 문구를 복사해서 줄 수 있지만, 그럴 바에 아예 외벽에 플래카드를 걸어 일종의 ‘포토존’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플래카드에 많은 주민이 관심을 보였다”며 “항의 문구만 쓰지 말고 장 대변인의 이름을 아예 명시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플래카드는 지구대장의 아이디어지만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도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연신내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부당한 발언에 항의하는 건 당연하다”며 “마음 같아선 지구대에만 붙이지 말고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붙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의 ‘미친개’ 발언은 지난 16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 수사를 위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장 대변인은 경찰 수사에 반발하며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 등에 비유했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모 경위는 “장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로 말을 세게 했을지 몰라도 그 한 마디 때문에 경찰 전체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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