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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22일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비난한 것을 두고 경찰들이 항의 차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릴레이’에 나선 가운데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가 건물 외벽에 항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SNS를 이용한 한 항의는 꽤 있었지만 일선 경찰서 지구대에서 직접 플랜카드를 내걸며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신내지구대는 지난 23일 오후 3시쯤 지구대 입구 왼쪽 외벽에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흰 바탕의 플래카드에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은 조선시대 승려인 무학대사의 글귀를 빌려 쓴 것으로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이다. 경찰을 ‘미친개’로 비유한 데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지구대장은 또 “지구대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개별적으로 피켓용 인증샷 문구를 복사해서 줄 수 있지만, 그럴 바에 아예 외벽에 플래카드를 걸어 일종의 ‘포토존’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플래카드에 많은 주민이 관심을 보였다”며 “항의 문구만 쓰지 말고 장 대변인의 이름을 아예 명시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의 ‘미친개’ 발언은 지난 16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 수사를 위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장 대변인은 경찰 수사에 반발하며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 등에 비유했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모 경위는 “장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로 말을 세게 했을지 몰라도 그 한 마디 때문에 경찰 전체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