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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신설된 ‘위원회’는 초기부터 재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달 10일 신설한 ‘일자리 위원회’는 기업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비정규직 상한 비율을 초과하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1일 현실이 됐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최근 “압박이라고 느껴야 한다”는 말로 재계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재벌이 기득권을 절대 못 놓고 수많은 국민이 손해를 입는데도 그대로 가면 잘못된 것”이라며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 중단도 논란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고리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점검을 해서 어떻게 할지 봐야 한다"고 발표했다. 허가 받은 원전을 취소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정기획위는 "중단 여부를 검토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매몰비용을 떠안거나 총사업비 8조원 이상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업계에선 "패닉(공황) 상태"라고 호소하고 있다.
잇따른 정부의 압박에 4대 그룹 관계자는 “합리적인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전면에 나서서 말할 수 있겠느냐”고 에둘러 비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다”고도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소통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재계에는 예외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빈부격차나 비정규직 갈등의 원인을 재벌로 돌리는 건 객관적이지 않다”라며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대 목소리를 권위적으로 누르는 지금 (정부가) 가장 제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지난 10년간 (기업을 찍어누르던) 정부가 바뀌었는데 똑같은 방식이라서 놀랐다”라며 “경총 등 재계가 이번 정부와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당황하는 분위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도 정부의 기업 압박에 동참했다. 지난달 26일 공정위는 기획위에 ‘기업집단국’을 신설한다고 보고했다. ‘기업집단국’은 참여정부 시절 4대 그룹 등 대기업을 감시하던 ‘기업조사국’과 비슷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