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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및 교육당국 등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응원전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여파다. 수능날이면 주요 고사장은 선생님과 후배들로 이뤄진 응원단으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올해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서울 용산고 고사장을 찾은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응원 금지 공문이 내려왔고, 응원을 주도하던 2학년 학생회 학생들도 코로나19에 노출 우려 때문에 자발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며 “아무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조성되다 보니 조용한 수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교 앞에서 시계를 팔던 상인도 예년과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매년 커피나 손난로 등을 나눠주며 응원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올해엔 선생님들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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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에서 자녀를 꼭 안아주고 고사장에 들어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던 한 어머니(39)는 “맘 편하게 잘 하고 오라고만 말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준비하느라 힘들었을텐데 더 많은 말을 하면 부담이 될 것 같아 그 말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손을 꼭 모은 채 기도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수험생 학부모 원모(50)씨는 “첫 시험(1교시)이 끝날 때까지 문 앞에서 시험 잘 치고 나오라고 기도를 하고 있으려 한다”며 “수능 이후 다른 입시 일정도 많은데, 건강하게 실수하지 않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차모(56)씨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힘든 부분이 많았다”며 “학원을 다니는 것도 다른 외부 활동도 제약이 많았는데, 그래도 최대한 공부한만큼 실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걱정은 수험생들도 마찬가지. 재수생 문모(22)씨는 “공부를 하며 독서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게 힘들었는데, 오늘 시험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수능을 보는 것이 걱정된다”며 “(코로나19 감염 방지) 칸막이도 사진으로만 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수능 고사장 앞 풍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시험에 늦어 경찰차를 타고 나타나는 학생들은 여전했다. 서울 용산고에는 마지막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도착해 시험장에 들어갔고, 잊고 온 도시락을 뒤늦게 전달하는 모습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