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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819만주(증자비율 8.7%)로 예정 발행가액은 1주당 14만3800원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9월 확정된다. 이번 유상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사업 확장 등 신성장 사업 투자,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주가는 18만원대에서 15만원대까지 밀렸다. 주주가치 훼손과 재무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가 전망에 대해 시각이 엇갈렸다. 일부 증권사는 차입금 증가 가능성, SK온에 대한 지분 희석을 우려하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반면 삼성증권 등은 주가가 단기적인 하락을 보인 뒤 신규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오히려 반등할 것으로 봤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한 달 새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2분기 실적은 캐시카우인 정유사업 부진으로 적자가 예상되지만 하반기 정제마진 반등과 배터리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000억원 넘게 감소한 9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석유사업에서 정제마진과 유가 하락으로 영업손실이 403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이 회복된다는 것은 재무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이제 자회사의 손익 정상화에 더해 캐시카우 역할인 정유 본업의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에 따른 재무 우려까지 반영된 현재 주가 레벨에서는 지나간 악재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보다는 업사이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의 펀더멘탈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투심 회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반기 배터리 영업이익은 2032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배터리 사업 수익성은 전년대비 13%포인트(p)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 상반기에는 4020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되는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는 7182억원이나 2025년 미국 생산능력이 143GWh로 확대되며 AMPC 규모도 3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