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건희의 '눈물'-이수빈의 '위기'

  • 등록 2008-07-02 오전 11:16:30

    수정 2008-07-02 오전 11:23:25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7월2일 아침 8시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 40여명의 CEO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 그룹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 사장단협의회가 처음 열리는 자리다.

그룹 대표자가 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나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은 지난밤 자정을 넘긴 이건희 전 회장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대부분 CEO들도 언론 등을 통해 재판상황을 전해들은 상태.

재판에서 이건희 전 회장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특검의 질문에 담담하고 짧은 대답을 하던 이 전 회장은 "어떤 계열사가 특히 중요하느냐"는 민병훈 판사의 질문에 답을 하다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가 만드는 제품 가운데 11개가 세계 1위인데,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또 이런 회사를 다시 만들려면 10~20년이 걸려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끝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영광과 여기까지 오게 된 회한이 복잡하게 겹쳐보였다. 이 전 회장은 7월1일자로 삼성 경영에서 완전 퇴진했다.

그로부터 몇시간 뒤 열린 사장단협의회, 재판 분위기가 고스란히 옮겨진 회의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수빈 회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은 이끌어 줄 선장도 방향타도 없이 각사가 독립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빈 회장이 제시한 위기는 세가지로,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 ▲과연 10년, 20년후에 무엇을 먹고살지 하는 '미래 먹거리의 위기' ▲특검으로 인해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가 상처를 입었고 그에 따른 '삼성브랜드의 위기'다.

삼성은 이같은 3가지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계열사 자율경영을 정착시키고, 사장단협의회를 통한 협의를 통해 '리더십의 위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미래 먹거리 위기'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조정위원회'에서, '브랜드 위기'는 이순동 제일기획 사장이 주축이 된 '브랜드관리위원회'가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협의체 방식 체제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장단협의회의 성격과 운영방식을 놓고 고민을 계속해왔지만, '구속력 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협의체'로 결론지었다. 이날 회의에서도 협의회 운영방식에 대해 논의했으나, 과거 경영이슈에 대한 강연과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수요회(사장단회의)' 정도로 규정했다.

삼성 사장단협의회 관계자는 "사장단협의회는 구체적인 사업이나 특정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투자조정위원회나 브랜드관리위원회 또한 비상설 협의체로, 현안을 협의는 하되 강제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사장단협의회 관계자는 "CEO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조정, 계열사 이사회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빈 회장도 이날 회의에서 "과거의 위기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기획실의 가이드로 그룹 전체가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사장단이 새로운 각오와 책임감으로 한층 노력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3가지 숙제를 안고 출범한 새로운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눈물과 함께 떠난 이건희·전략기획실의 자리를 채울 리더십은 무엇인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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