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법원은 최근 기존 판례의 입장을 바꿔 ‘집합건물법 제24조 제3항에 따른 관리인이 없다면, 손해 발생 우려를 소명할 필요 없이 곧바로 임시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구분소유자·분양자 등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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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0년 집합건물법 제24조의2가 신설됐다. 조항의 문언만 따지자면 구분소유자나 분양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이 누구든 임시관리인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법원은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이 소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하급심 결정을 파기하면서, 신설 조항이 과거 민법 적용과 달리 손해 발생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가, 집합건물 관리의 공백을 막고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설명했다.
이럴 때 법원이 직접 ‘임시관리인’을 지정해 개입해 주면,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지위에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정식 관리인을 선임하기 위한 관리단집회 개최를 유도해준다. 결국 이 제도는 갈등을 미봉책으로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식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대법원은 “임시관리인은 선임 뒤 6개월 이내에 관리단집회(혹은 규약으로 정한 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정식 관리인을 선임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도록 정식 관리인을 선임하지 못해도 제24조 제2항에 따른 규약상 임기를 넘길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임시관리인이라는 지위 자체가 어디까지나 ‘임시’ 임무에 한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법원의 개입 아래 위기에 처한 관리구조를 서둘러 정비하되, 궁극적으로는 정상 절차로 선임된 정식 관리인에게 운영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임시관리인은 건물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완전한 관리자라기보다, 신속한 갈등 해소와 관리체계 정상화를 돕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집합건물법이 강조하는 공익적 취지를 재확인하면서, 관리공백이나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집합건물법 제24조의2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유자·분양자·임차인 모두가 임시관리인 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건물 관리 공백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정식 관리인을 선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합건물법의 개정 취지가 ‘분쟁의 조기 종결’과 ‘관리체계의 효율적 구축’에 있는 만큼, 이번 대법원 결정이 향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