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로 따진 미국 이동통신업계 1∼4위는 버라이즌 와이어리스(1억1719만명), AT&T 모빌리티(1억788만명), 스프린트 넥스텔(5488만명), T-모바일(4504만 명)이다.
美 이통사 ‘빅4’ 치킨게임 치달아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을 붙인 쪽은 업계 4위업체 T-모바일이다. T-모바일은 다른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사로 넘어올 경우 약정에 묶여있는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대납해주고 단말기 보상판매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날렸다.
선수를 빼앗긴 업계 2위 AT&T모빌리티는 지난 3일(현지시간) “T-모바일 고객들이 우리에게 넘어오면 최대 450달러(약 47만7500원)를 지급하겠다”며 곧바로 맞불을 놨다. 그러자 이에 맞서 T-모바일은 지난 8일 또다시 위약금 전액을 지급하고 보조금 역시 추가로 높여주겠다며 맞대응했다.
AT&T는 당초 T-모바일의 공격적 전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AT&T측은 “T-모바일의 고객 빼앗기는 주로 통신요금 수준에 민감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 고객은 우리의 주요 타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T-모바일과 AT&T가 같이 사용하는 GSM 통신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한 쪽 고객이 다른 쪽으로 번호이동을 할 때 옛 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다. 그만큼 번호이동이 쉽다는 얘기다.
케빈 로 로에쿼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T-모바일이 강하게 몰아부치고 있지만 AT&T도 가입자수가 다시 안정화되기 전까지 맞대응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AT&T와 T-모바일간 정면 대결이 다른 사업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3위 사업자 스프린트도 가족과 친구를 묶은 그룹 요금제를 적용해 통신요금을 대폭 할인해주는 새로운 제도를 지난주 도입해 AT&T, T-모바일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 큰 우려는 상황에 따라 업계 선두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까지 경쟁이 뛰어들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출혈경쟁은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프린트 삼킨 日소프트뱅크에 업계 초긴장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완전 인수하는 올 하반기부터 스프린트의 고객 유치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은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업계 경쟁이 연초부터 과열양상으로 치닫자 시장에서는 이에 따른 통신사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향후 통신 가입자에 대한 부담 전가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맥코맥 애널리스트는 “AT&T가 가입자수를 100만명 늘리면 세전 이익이 8억5200만달러 늘어나지만 보조금 지급으로 가입자 1명당 월별 매출(ARPU)이 1%만 줄어도 이익은 11억4000만달러나 줄어든다”며 가입자수를 늘리더라도 보조금 지급에 따른 피해를 상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