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은 “외국 세력의 국내 침투 위험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할 법적 기반이 미비하다”며 미국의 외국대리인법(FARA)과 같은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이데일리DB. |
|
한 전 장관은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국제정세 변화와 우리 안보법제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2024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연봉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 한 전 장관의 축사를 대독했다.
특히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한반도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러 들어올 것으로만 생각했다”며 “북한이 이들 동맹으로서 파병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단편적인 전략 사고였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동맹은 없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왔으나, 이들이 북한과 맺은 우호협력조약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에는 동맹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며 “이번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이들 조약이 실질적 동맹조약임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안보 위협과 관련해서는 최근 노동조합 간첩 사건 판결을 언급하며 북한의 대남공작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외국 세력의 침투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전 장관은 “2022년 12월 중국 ‘비밀경찰’ 적발 사건인 ‘동방명주’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외국 정부와 관련된 단체와 조직, 인사를 더 이상 순수한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들의 활동을 관리할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전 장관은 “국내 외국 법인이 1885개에 달하고, 외국인 유학생도 20만명이 넘었다”며 “이들과 교류하거나 이들 외국 기관에 종사하는 한국 국민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증적으로나 정황적으로 의심이 드는 상황이 많아도 우리가 정작 이를 조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최소한 FARA와 유사한 법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명분과 필요성을 충분히 갖췄다”며 “FARA법이 이들 외국 정부 관련 조직, 단체, 인사를 우리 국익을 위해 관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