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NOW]스타벅스의 커피값 올리는 법(上)

  • 등록 2014-07-23 오전 10:49:55

    수정 2014-07-23 오전 10:49:55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얼마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커피값을 인상했다. 본사인 미국 스타벅스측이 이미 지난달 커피값을 올렸던 만큼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커피 메뉴 가격을 5~20센트씩 인상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6월 이후 정확한 1년만이었다.

원두값 신경 안쓰는 커피값

일단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측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다른 비용이 늘어난 걸 가격 인상 이유로 꼽았다. 잭 허트슨 스타벅스 본사 대변인은 “스타벅스의 커피값 결정 요인은 다양한데, 회사의 전반
[그래프1]스타벅스의 연도별 매출대비 영업비용 비중 (자료=스타벅스 사업보고서)
적인 비용구조 뿐만 아니라 타사들과의 경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린 이유는 국제 원두값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니 “원두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커피값을 왜 올리냐”는 비판도 설 곳이 없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커피 원두가격이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비용 가운데 원재료 가격은 40%를 살짝 웃돌지만, 커피보다는 우유와 설탕, 샌드위치의 재료가 되는 밀 가격 등이 이중 4분의 3을 차지한다.

원두시장 `큰손`의 쇼핑전략

물론 스타벅스는 원두시장의 큰 손이다. 로부스터(Robusta)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향을 지닌 아라비카(Arabica) 원두를 주로 구매하는 스타벅스는 브라질과 베트남 등지에서 고정된 가격에 대량으로 원두를 사들인다.

올 상반기처럼 원두값이 빠르게 뛸 때엔 미리 밭떼기식으로 원두를 대량 확보하는 전략을 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지금보다는 우호적인 가격에 올해 필요한 아라비카 원두 대부분과 내년에 필요한 원두 물량 40% 정도를 이미 계약해뒀다”며 “우리는 전략적으로 원두를 구매하고 있는 만큼 올해 가격 변화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으로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아라비카 원두값은 올 1월2일 파운드당 2.777달러에서 6월말에는 4.363달러까지 57% 이상 치솟은 바 있다.

[그래프2]지난 2011년초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들어 큰 폭으로 상승한 뒤 조정을 보이고 있다. (단위: 달러/파운드)


대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선물을 매도하거나 옵션 칼라(option collar: 갑작스러운 가격 하락에 대비해 콜옵션을 사고 풋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익과 손실폭을 제한하는 전략)로 헤지에 나서는데, 그나마 올해엔 가격이 꾸준히 올라 이런 거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

반대로 지난 2012년과 2013년처럼 가격이 꾸준히 하락할 때엔 원두 매입을 최대한 늦추면서 역시 선물과 옵션으로 적극 헤지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커피 헤지거래에 따른 비용은 작년 상반기중 1220만달러였던 것이 올해에는 150만달러로 급감했다. 원두가격 상승기가 스타벅스에겐 더 유리했던 셈이다.

“올릴 수 있을때 올린다”

이렇다보니 슐츠 CEO는 원두값이 한창 뛰고 있던 지난 5월초만해도 “우리는 커피값을 인상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다 경쟁사인 던킨 도너츠와 피츠 커피(Peet’s Coffee), 큐리그 그린 마운틴(Keurig Green Mountain)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곧바로 뒤를 따랐다.

[그래프3]스타벅스 주가와 아라비카 원두값을 보면 원두값이 뛸 때 주가는 완만히, 내릴 때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료=ICE거래소, 야후 증권)
이쯤 되면 스타벅스의 커피값 정책이 어떤지 어렴풋이 가늠해볼 수 있다.

허트슨 대변인은 “우리의 가격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며 시장별로, 제품별로 차별화된다”며 “가격을 결정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회사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언뜻 고상하게 들리지만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해 그때 그때 다른 전략을 쓴다는 얘기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늘 `업계 평균 이상(above-average)` 전략을 고수한다고 말한다. 니콜 레건 파이퍼 제프레이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는 업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와 이를 통한 엄청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으로 가격 인상을 잘 관리하고 있다”며 “결국 스타벅스는 반드시 올려야할 때가 아니라 자신들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가격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자사 고객들이 얼마나 높은 로열티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또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피를 (경쟁사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소비하려고 한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두값이 내릴 때 스타벅스 주가는 당연히 치솟고, 가격이 올라도 주가는 떨어질 줄 모른다.

“가장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원할 때 제품가격을 인상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가격을 올려도 경쟁자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회사를 말한다”고 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얘기대로라면 스타벅스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분명하다. 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업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글로벌 NOW]스타벅스의 커피값 올리는 법(下)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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