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이같이 토로했던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A(34)경장은 지난 2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에는 대전시 9급 공무원 D씨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군대보다 직원 취급도 안 해준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에는 안성교육청 공무원 C씨가 “내가 죽으면 갑질과 집단 괴롭힘 때문이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16일에는 인천경찰청 30대 경찰관 B씨가 동료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철밥통’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직장에 다닌다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로자들도 조직내 ‘갑질’에선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공부문 갑질근절대책에도 불구하고 조직 특유의 수직적·권위적 문화 탓에 “신고해도 제대로 조사할리 없다”는 분위기가 조직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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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공기관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에 취약한 구조를 보였다.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가 36.2%로 직장인 평균(29.8%)보다 높았으며,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도 76.7%로 직장인 평균(72.7%)보다 높았다. 공직사회 갑질에 ‘무대응’을 택한 것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66.7%,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26.2%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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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공기관에 다니는 E씨는 “상사가 ‘야 X발, 따신 밥 처먹고 와서 일을 이따위로 해’라는 등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숱한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한밤중에 협박성 전화를 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며 “사측에서 선임한 노무사가 부실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직장상사가 허리를 감싸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공무원 F씨는 “피해자가 여럿인데 고충처리부서 책임자가 가해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서 고충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직장갑질 119는 “군인, 경찰, 소방관, 공무원, 공사, 공공어린이집, 정부위탁 센터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강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갑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은 정규직이 공무직 또는 비정규직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직사회에서 갑질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이 끊이지 않고 있어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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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직장갑질이 반복해서 발생한 부처와 공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감사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공직사회의 조직문화 혁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실태조사와 예방교육을 통해 갑질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장갑질 반복 발생 사업장에 대해선 특별조사를 통해 갑질 실태를 파악하고, 강력한 조처를 한다면 공공부문에서 직장갑질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