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긴장에서 대화테이블로...'남북 불통'은 풀어야할 숙제

1년 반만에 남북 고위급 접촉…장관급 이상 회담은 2007년 이후 전무
대화 단절로 남북 상호 불신 심화…입장 차이 좁히기에 난항
"평화통일보다 중요한 건 한반도 평화 정착…꾸준한 대화 중요"
  • 등록 2015-08-23 오후 5:54:24

    수정 2015-08-23 오후 8:05:4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남과 북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고위급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남북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해 10월 ‘북한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계기로 전격 방남했을 때에도 인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만났지만 당시에는 공식적인 만남이 아닌 회동수준이었다.

한반도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진 탓에 불가피하게 성사된 회동이기는 하지만 양쪽 최고 지도자의 대리인에 해당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대화에 나선만큼,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정부의 원칙을 강조한 대북 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서부전선 포탄도발은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것이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추가 군사행동에 나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고 전투 태세를 갖추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결국 파국으로 치닫길 원치 않는 북측이 대화 제의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극에 달한 긴장감 속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

실제로 북한의 선제적으로 포탄도발을 감행하고 준전시상태 선포에 이어 ‘최후통첩’을 날리는 등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오히려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측이 지난 21일 오후 먼저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먼저 제안했다. 이에 우리 측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대화 상대로 지목해 수정 제의를 건넸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2 회담으로 수정 제안한 것을 우리측이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북한 전문가들이 이번 고위급 접촉이 철저히 북측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무력도발을 통한 군사적 긴장 최대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를 의제로 대화를 유도하는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이라는 것이다.

인권문제와 북한 비핵화 6자회담 관련국들의 압박, 대북 전단에 이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수세에 몰린 북한이 난국을 타개할 돌파구로 남북 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을 마주앉게 해 ‘통-통’ 라인을 복원한 것은 우리측의 소기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대화에 소홀했던 남과 북…장관급 이상 회담 8년만

남북 고위급 접촉은 지난해 2월 14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만나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 및 중상 중지 등에 합의했다.

특히 장관급 이상 당국 인사가 만나 남북 회담을 가진 것은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만 해도 광복 7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를 맞았으나 광복절을 계기로 한 만남 마저 성사되지 않는 등 남북간 대화는 ‘불통’ 상태였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날짜에 맞춰 우리 정부가 통일부 장관 명의의 남북 고위급 회담 서한을 보내려다 북측의 거절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이처럼 남북간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대화 채널이 오랜 기간 막히면서 상호간 입장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불신은 깊어졌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만해도 남북간 대화 채널이 다시 가동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지적인 무력 시위가 일어났고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거론될 지경에 이른 것은 그동안 충분한 대화노력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와 같은 분단체제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안보”라며 “북한이 포탄도발을 하고 우리가 여기에 대응하고 여기에 북한이 더 크게 대응을 하고 무력 맞대응 양상으로 가는 것은 군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호 입장을 확인하고 입장의 차이를 좁혀갈 수 있는 기회가 단절되면서 서로간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도 문제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가 7년 이상 단절이 돼 있다 보니 누적된 현안도 워낙 많고, 최근 사태는 특히 첨예한 입장 차이가 벌어진 문제라 해결방안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상호 존종·이해가 우선

대화의 필요성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북한에 대해 원칙있는 대응을 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는 방법으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큰틀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고, 가장 중요한 상호 존중의 정신이 부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측에서 대북 전단을 허용해주는 것이 북한측이 생각하기엔 자신들의 최고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상대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대화만 하자는 제의가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이어나갈 때만이 북한을 국제사회에 동참시키고 핵개발 등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다”면서 “남북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우리는 외교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도 국제적인 주도권을 끌고 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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