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롯데百 대표 파격 행보…'조직수술·연공서열 파괴'

백화점·아울렛 분리, 채널별 전문성 강화 개편
차·부장급 임원으로 파격 승진…"전문가 육성"
임직원 대상 직접 인트라넷 영상으로 'PT'
  • 등록 2022-01-10 오전 11:55:58

    수정 2022-01-10 오후 9:26:0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신세계 출신 불도저’로 불리는 정준호(사진)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부사장)가 취임 두 달 만에 조직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백화점과 아울렛 부문 둘로 나눠 각 채널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능력 위주 인사를 펼치겠다는 게 핵심이다. 회사 역사상 최초로 인트라넷 영상으로 조직개편의 세부 방향과 의의를 직접 설명하는 파격 행보도 보였다.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사진=이데일리DB)
10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과 아울렛을 분리, 각 채널별로 차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사 중심으로 상품군별 세분화한 조직을 구성, 백화점 본연의 상품 전문성을 집중 강화, 고객과 시장의 눈높이 맞춰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백화점과 아울렛은 각각 MD 전략 수립, 브랜드 유치, 마케팅, 디자인 등을 별도로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본사의 상품본부는 기존 팀 단위 조직에서 부문 단위 조직으로 승격한다. 남성 스포츠 부문의 경우 남성패션, 스포츠, 아동을 각각 별도 부문으로 분리한다. 식품F&B 부문 역시 신선식품과 F&B 부문으로 분리한다. 해외명품 부문 역시 기존 1개 부문에서 3개 부문으로 늘린다. ‘백화점은 식품’이라는 지론에 따라 신선식품과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명품 쪽에 힘을 준 것이다

특히 상품력 강화를 위해서 상품 부문을 세분화해 ‘전문가 부문장(임원급)’을 도입하고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공서열 불문, 내·외부 전문가를 적극 육성·영입한다. 특히 내부 인력을 대상으로 자원을 받아 ‘S급(기존 차·부장 직급) 부문장’으로 파격 승진시킬 계획도 밝혔다. 이미 차·부장급 3명을 부문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임원과 점장을 2배로 확대할 계획도 언급했다. 유통업의 특성에 맞춰 고객 수요에 공감하고 쇼핑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 임직원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지난 7일 오후 정 대표가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한 것이다. 롯데그룹에서 수장이 직접 조직원들에게 조직개편에 대해 설명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정 대표는 “임직원들 여러분들이 적극 참여, 협조, 지지해달라”며 “일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개선해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2018년 롯데GFR에 합류하기까지 30년간 신세계그룹에서 일한 ‘비 롯데’ 출신 인사다. 작년 11월 롯데백화점 부문 대표로 취임한 뒤 파격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30대 직원들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든다면 그다음 사업 영역은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롯데의 이미지가 보수적이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변하고 있는 롯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 100명이 갓 넘었던 롯데GFR과 달리 4000명이 넘는 대조직이고 평균 연령이 높다. 직원의 절반 가량이 근속연수 20년차 이상의 40대 이상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젊은 롯데’를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신세계·현대에 비해 MZ 세대에게 올드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연공서열 파괴, 외부인사 영입 등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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