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콘크리트' 왜.."규정 위반 아냐 vs 참사 키워"

[무안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개항 때부터 설치된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국토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 '규정 맞아'
인천공항에는 없던데…"종단구역 밖 설치 규정 없어"
  • 등록 2024-12-31 오후 12:37:46

    수정 2024-12-31 오후 5:55:4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localizer·로컬라이저)이 2미터 콘크리트 위에 설치돼 있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콘크리트 위 로컬라이저 시설이 규정에 맞게 설치된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다고 주장하나 공항부지에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로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의 취지대로라면 그것이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있었어도 2미터 콘크리트를 세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규정 문제 없다 vs 규정 취지에는 어긋나”


31일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때부터 활주로 끝 지점으로부터 251미터에 거리에 2미터짜리 콘크리트 위에 2미터 높이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로컬라이저는 계기 착륙 유도장치 중 하나로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2800미터이고 통상은 활주로 시작부터 400미터가 지난 지점에 비행기가 착륙하게 되는데 사고가 난 여객기는 900~1200미터 되는 지점에서 착륙했고 그것도 랜딩기어 없이 동체 착륙을 하게 되면서 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활주로 바깥까지 빠른 속도로 가게 되면서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외벽과 부딪혀 폭발하게 됐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콘크리트 외벽이 왜 설치된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김포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구조물이 낮게 설치돼 있다. 인천공항은 둔덕 없이 7.5cm이하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온 정도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3조 3항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로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는 착륙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의 내에 위치하는 경우에 적용되지,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같이 종단안전구역 외 설치되는 장비나 장애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되는 구조물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공항시설법 시행규칙 별표 15 ‘항행안전무선시설의 설치기준’에는 로컬라이저 주파수, 신호세기 등의 규정만 있지, 안테나 지지 구조물의 높이나 재질 등에 대해선 규정돼 있지 않다. 관련 국제규정(ICAO ANNEX 10 Vol.Ⅰ)에도 관련 사항이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의견이다.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 지침(제18조)에 따르면 정밀 접근 활주로에선 방위각 시설이 통상 첫 번째 장애물이기 때문에 종단안전구역은 이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국토부는 무안공항은 활주로 연장공사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정밀 접근 활주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종단안전구역 밖 구조물이나 로컬라이저 지지 구조물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2미터 콘크리트를 세우는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규정에 종단안전구역 내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를 적용한 것은 비행기 사고가 나더라도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인데 단지 종단안전구역 바깥 구조물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콘크리트를 세운 것은 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외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콘크리트 장벽이 없었다면 비행기는 안전하게 정지할 공간이 충분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 권고 기준에는 미달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규정에 따라 설치됐다는 근거는 그 구조물이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권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제21조)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끝·활주로 끝 기준으로 60미터)부터 최소 90미터(150미터)를 확보하되, 240미터(300미터)를 권고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무안공항은 착륙대 종단부터 199미터를 종단안전구역으로 해 권고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항경주공항(92미터), 사천공항(122미터), 울산공항(200미터)도 이 권고에 못 미친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 공항시설법 시행규칙에는 300미터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시설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위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공항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영향성을 검토해 사업이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무안공항은 내년 하반기 활주로를 3160미터로 종전보다 360미터 연장하는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활주로를 연장하면서 종단안전구역도 함께 연장할 예정이었다. 이는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5월 지적한 상황이기도 하다. 로컬라이저가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미터 확보돼야 하나 01방향에선 38미터, 19방향에선 41미터 모자란다며 종단안전구역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고 여객기는 01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조류 충돌, 메이데이 선언 이후 복행해 정반대 방향인 19방향에서 동체 착륙을 하다 사고가 났다. 현재 01방향은 활주로 연장공사로 인해 로컬라이저를 임시 제거하는 등 구조물이 없는 상태다. 로컬라이저가 없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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