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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바다로 향하는 100m 가량의 긴 잔교를 건너오니 마치 물 호스 끄트머리를 닮은 ‘로딩 암’들이 바다를 향해 솟구쳐있었다. 로딩암은 내륙의 정유공장으로부터 파이프를 통해 전해온 각종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배에 옮겨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율도 터미널 4개 부두에는 1만t급 뉴스타(New Star) 등 2척의 선박이 정박해 석유 및 파라자일렌(PX)를 선적 중에 있었다. 주로 PX를 선적하는 제2부두에서 만난 김홍섭 운영2팀 총기술장은 매달 이곳에서 수출을 위해 배에 싣는 PX만 85만배럴에 이른다고 했다. 한달 평균 선적을 위해 정박하는 배의 척만는 20여척으로, 사실상 거의 매일 한척이 이곳에서 PX를 실어 해외로 퍼나르고 있다는 것.
김 기술장은 “1만t급 선박을 기준으로 선적에 총 걸리는 6~8시간 정도 걸리며 지금 작업중인 PX 선적의 경우 12시간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이곳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편으로 남쪽보다 최대 9m까지 차이가 나는 악조건이기 때문에 현장 근무자들은 선적 시간 동안 선박과 로딩암의 상태를 끊임없이 점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 율도 터미널에서는 단 한번의 사고도 허락하지 않았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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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인만 벌써 2번이 바꼈다. 한화그룹과 미국 유니온오일사 합작으로 1969년 경인에너지로 시작한 SK인천석유화학은 1991년 한화그룹으로 완전히 적을 옮겼다. 이후 1999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다시 현대오일뱅크에 합병됐지만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으며 2001년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2006년 지금의 SK그룹으로 인수됐다. ‘애물단지’로 불릴만한 힘겨운 행보였다.
하지만 SK로의 인수는 SK인천석유화학의 수출첨병으로의 변신에 결정적 발판이 됐다. SK는 2014년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30만t 규모의 PX 제품 생산능력을 갖추는 ‘V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기존의 원유 정제를 통한 항공유, 등유, 경유 등 경질 석유제품 생산 및 판매는 유지하고, 고부가 화학군인 아로마틱 PX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총 원유 정제능력인 하루 27만 5000배럴 가운데 85%정도는 석유제품을, 나머지는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해 PX 제품을 생산하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율도터미널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에도 제3부두에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를 접안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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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 터미널로부터 시내방향으로 6㎞ 정도 떨어진 본토 공장은 마치 고대의 성을 연상케했다. 공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방호벽은 인근 주민들이 소음이나 풍광으로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배려 차원에서 마련됐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 공장이 들어선 이후 간척 사업 등을 통해 공장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도심 속 공장의 모양새가 됐다”며 “이에 따라 SK인천석유화학 역시 안전·환경 등 관리에 큰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SK인천석유화학은 2006년 SK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3000억원 수준의 안전·환경 투자를 실시했다. 실제로 본토 공장에서는 정유공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기름 냄새가 전혀 없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같이 악취 없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밀폐식 배수 시설 및 샘플러 등 다방면의 노력을 펼쳐왔다는 설명.
앞선 관계자는 “인천관광공사에서 우리 회사 본토공장을 벚꽃 명소로 선정했다”며 “우리 구성원은 600명 정도인데 마침 공장 내 벚꽃 나무도 600그루로, 직원 1인당 나무 1그루를 심은 꼴”이라고 웃음지었다. 이어 “우리 직원들은 자원봉사 참여율 100%를 자랑할 만큼 지역사회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 남다르다”며 “인천 최고의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