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에서 1부리그까지..정몽원 열정 통했다

  • 등록 2017-05-01 오후 5:41:32

    수정 2017-05-01 오후 5:41:32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국제 대회에 나가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동네북 신세가 한국 아이스하키의현주소였다. 오죽했으면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이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망신을 당하면 우리 입장도 곤란해진다”고 우려했을까.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한라그룹 제공
그러나 기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끝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첫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고교팀 6개, 대학팀 5개, 실업팀 3개, 등록 선수가 233명밖에 없는 척박한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일궈낸 믿어지지 않는 기적이었다.

세계 최강의 아이스하키 강국인 미국(16만415명)과 캐나다(9만7000명)에 등록된 선수만 봐도 한국 아이스하키의 반란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키예프의 기적’은 단순히 운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헌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

“20년 넘게 왜 비인기 종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23년 간 이어온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에는 평소 도전과 협력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 회장이 아이스하키에 지원을 시작한 것은 1994년 만도위니아 아이스하키단(현 안양 한라)을 창단하면서부터다. 1997년 금융위기 한파 속에 그룹이 큰 위기를 맞았을 당시 핵심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도 아이스하키단을 지켜내며 23년간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단 단장을 맡아 사재를 출연해 훈련비와 항공료, 선수격려금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은 직후 사재 20억원을 협회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라 아이스하키단의 한해 운영비는 45~50억원에 달한다. 조금만 돈을 더 보태면 인기 종목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단순 재정적 지원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정 회장은 틈틈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물심양면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헝가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빈 물통을 직접 나서서 채웠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이같은 아이스하키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의 경영철학에도 엿볼 수 있다. 한라그룹의 핵심 가치인 ‘합력의 정신’ 역시 아이스하키의 팀워크와 일맥상통한다. “그저 아이스하키가 좋아서 이 일을 할 뿐이다”는 그의 말속에 그동안 구단과 협회를 운영하며 흘린 눈물이 1부리그 입성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994년 에어컨과 냉장고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했지만, 이제는 그런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정 회장은 이번 성과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언급되는 것을 꺼릴만큼, 순수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 당시 구단을 지켜낸 것만 봐도 선수들 한명 한명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정 회장은 “나는 그저 판을 깔아준 것이고, 내 구상을 실질적으로 실천한 것은 코치진과 선수들”이라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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