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간 온전히 전해진 '기사계첩', 국보 된다

숙종, 59세에 기로소 들어간 기념
18세기 전반 대표하는 '궁중 회화'
  • 등록 2020-10-29 오전 11:23:03

    수정 2020-10-29 오전 11:23:03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문화재청은 300년 넘게 온전하게 갖춰진 채 풍산 홍씨 후손가에 전해진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보물 제639호)의 국보 지정을 예고했다.

1978년 보물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1719년 59세가 된 숙종이 태조 이성계의 선례를 따라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제작한 계첩으로 18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궁중회화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들을 우대하던 기관이다.

1719년 당시 숙종은 59세였기 때문에 기로소에 들어갈 나이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에 들어간 예에 따라 입소했다.

행사는 1719년에 실시됐으나, 계첩은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걸려 1720년(숙종 46년)에 완성됐다.

‘기사계첩’은 기로신들에게 나눠줄 11첩과 기로소에 보관할 1첩 등 총 12첩이 제작됐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건 박물관과 개인 소장 등을 합쳐 5건 정도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기사계첩’은 △기로신 중의 한 명인 좌참찬 임방(1640∼1724)이 쓴 계첩 서문△경희궁 경현당 사연 때 숙종이 지은 어제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각 행사에 참여자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계첩을 제작한 실무자 명단으로 구성됐다.

이 계첩은 내함, 호갑, 외궤로 이뤄진 삼중 보호장치 덕분에 300년이 넘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는 평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 왕실에서 민가에 내려준 물품의 차림새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며 “왕실 하사품으로서 일괄로 갖추어진 매우 희소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제작수준도 높아 화첩의 완전성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639호 기사계첩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다.

보물 제639호 기사계첩(21,22면), 기로신초상(강현과 홍만조)(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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