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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게임 업계가 최근 잇따른 저작권 소송전에 홍역을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부터 넥슨, 카카오게임즈(293490)까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게임 지식재산(IP)을 두고 칼끝을 겨누고 있다. 정당한 IP 방어를 위한 조치인지, 급성장 중인 후발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인지 업계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의 △클래스(직업) △무기 △신탁 △PvP(이용자간 대결) △사냥 편의시스템(타깃 스캐닝) △메인화면 △스킬 및 아이템 설명 등에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지목했다. 앞서 엔씨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와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개발사)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아키에이지 워’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MMORPG로,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게임 업계에선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의 방식이나 장르를 따라 하는 ‘라이크’류 게임들이 많다. 일본 프롬소프트 ‘다크소울’ 시리즈를 따라한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라며 “향후 소장을 검토해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엔씨는 2021년에도 웹젠을 대상으로 ‘R2M’이 ‘리니지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현재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웹젠 측이 엔씨가 요구하는 부분들을 업데이트 형식으로 수정, 분쟁이 될만한 요소는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엔씨는 2016년에도 넷마블 산하 이츠게임즈(현 구로발게임즈)과도 소송해 합의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형 게임사 넥슨도 중소 업체 아이언메이스와 소송 중이다. 내부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P3’ 개발 소스를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경찰이 아이언메이스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현재도 수사 중이다. 문제의 게임 ‘다크앤다커’도 지난달 말 PC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삭제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장르 유사성만 내세우고 도 넘은 베끼기를 하는 곳이 요새 너무 많다”며 “엔씨가 업계 맏형으로서 저작권 기준을 보여주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선 선두 업체들이 후발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고 본다. 엔씨만 해도 수많은 리니지 라이크류 게임들이 이전에도 많았지만 유독 카카오게임즈에만 칼을 겨눈 건 ‘잘 나가는’ 후발업체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한다. 특히 게임물 저작권 문제는 기준이 모호한 부분들이 있어 장기간 소송전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아키에이지 워’는 전부터 시스템, 그래픽 등으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모방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회사 입장에서 조금 더 세심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며 “엔씨도 지난 25년간 ‘리니지’ IP로 많은 매출을 거둬왔는데 후발업체에 대해서 다소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모적인 소송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