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올해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한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컬리는 상품기획과 식품에 최적화한 물류 시스템 운영, 데이터 기반 프로세스 설계 등 경쟁력을 앞세워 급성장하면서 지난 6년간 총 6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이달 진행한 시리즈F 투자(2254억원) 시 기업가치는 2조 5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제2벤처붐’ 열기가 올해도 이어진다. 벤처투자·펀드 결성 등의 연간 최대 실적에 파란불이 켜졌고 후속투자와 대형투자도 급증한다. 벤처기업에 돈이 쏠리자 새로운 유니콘 기업도 속속 탄생한다.
|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8일 서울청사 별관에서 2021년 상반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
|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반기 역대 최대인 3조 730억원이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 역시 2조 7433억원으로 1조 4446억원이던 2017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중기부는 하반기에도 투자가 이어지면서 연간 최소 5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후속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후속투자 실적은 2조 2177억원으로 전체 투자실적의 72.2%를 차지했다. 5년 전 5343억원과 비교해도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투자 가치가 높은 우수한 기업들이 많아진 데다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노하우가 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벤처캐피탈(VC)이 기업에 투자하면서 특수관계가 되더라도 후속투자를 가능토록 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의 효과도 있었다.
|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
100억원 이상 대형투자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상반기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기업 수는 역대 최대인 61개사였다. 이미 지난해 연간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75개사의 80%를 넘어섰다. 이 중 3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도 4개사에 달했다.
개인이 직접 벤처 투자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올 상반기 펀드결성액 가운데 정책금융 출자는 7663억원, 민간출자는 1조 9770억원이다. 민간출자 중 개인출자는 4547억원인데 특정금전신탁 등을 통하지 않은 순수 개인출자가 2983억원에 달한다. 출자자 수는 1255명이다. 인당 평균 2억 3700만원을 벤처에 투자한 셈이다.
정부가 VC에 출자해 진행하는 모태펀드에도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결정한 모태자펀드 결성금액도 1조 2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제2벤처붐이 이어지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중기부가 확인한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총 15개다. 컬리를 비롯해 두나무, 직방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각각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분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혁신기술 부동산 서비스 등에서 빠르게 성장해 각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이다.
|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법안들 처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비대면 경제를 이끌 ‘비대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등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스톡옵션 제도 보완과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 ‘엑시트’ 활성화, 투자·성장·회수 후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안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에 중기부는 관련 제도 보완을 통해 제2벤처붐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스톡옵션, 회수시장 활성화 등 벤처·스타트업 관련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며 “민간 중심의 지속성장이 가능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