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콘텐츠 유통’이 청년 선호기업?…서울시 강소기업 선정 기준 ‘논란’

성인용 동영상 유통사, 콘텐츠 확인 없이 복지 서류만 검토
근로자 처우 수준 감안한다더니…월급 260만원 미만인 곳도
시 "정량뿐 아니라 정성적 부분도 살피도록 기준 변경할 것"
  • 등록 2024-07-24 오후 3:38:03

    수정 2024-07-24 오후 4:01:02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최근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형 강소기업’ 가운데, 성인콘텐츠 유통업체나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200만원대)인 기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청년이 일하고 싶은 좋은 기업’이란 서울형 강소기업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성인 콘텐츠’ 적절성은 확인 안하고 “청년 선호 기업”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시는 ‘청년이 선호하고 육아 친화적인 기업 문화 만들기에 앞장설’ 서울형 강소기업 65곳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엔 청년 정규직 채용 시 근무환경개선금을 최대 4500만원 지원하고, 육아휴직자 대체 청년인턴 인건비 지원, 일·생활 균형 교육·컨설팅, 청년재직자 번아웃 예방 프로그램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서울형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일부 업체들은 선정 절차와 기준에 적합했는지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정보 제공업을 하는 A사는 영화나 동영상, 애니메이션 파일을 다운로드·스트리밍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특히 성인용 콘텐츠도 활발히 다루고, 자극적인 배너도 메인 페이지에 걸려있다. 물론 성인인증을 해야 이용 가능하고 음지화 우려가 있는 성인용 콘텐츠를 양지화한다는 차원에서 회사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강소기업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가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기업이 제출한 복지제도만 놓고 평가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적법하지 않게 제작한 영상이 유통되는 곳이라고 해도 직원의 복지만 잘 돼 있다고 주장하면 서울시가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인증해 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취업 정보 얻기 어렵고 채용 안하는 곳도 선정

서울형 강소기업 중에는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거나 계약직 형태 채용이 다수인 기업도 있다. 또 구직자를 위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부분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각 업체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강소기업 평가 항목에는 ‘근로자 처우 수준’과 ‘고용 안정성’, ‘일자리 창출 실적’ 등이 포함돼 있다.

공공기관 등의 전자 구매 시스템을 제공·운영하는 B사는 홈페이지 내에서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취업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 취업 포털에서도 최근 3년간 2회의 정규직 채용이 있다고 알리지만 직원 수는 0명으로 돼 있을 정도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인 C와 웹툰 등 콘텐츠 제작·유통업체인 D사는 취업 포털상 올해 입사자 평균 월급이 260만원 미만으로 적시돼 있다. C사는 지방 근무자를 구하기도 하고, D사는 계약직 형태의 채용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 무인회수기를 운영하는 E사는 평균 월급이 이보다 높은 300만원 수준이나 운영팀장부터 기구설계 등 계약직 형태의 고용이 다수 이뤄졌다.

IT 솔루션 개발·공급업체인 F사는 홈페이지 내 채용 사이트가 별도로 있지만 지난 2020년 11월 개발자 모집 공고가 마지막이다. 취업 포털에서도 채용 내역을 찾기 어렵다. 이밖에 수년째 근로자 수가 늘어나지 않은 곳 들도 종종 눈에 띈다.

서울형 강소기업의 기준에 맞게 다양한 복지제도와 일·생활 균형, 성 평등 제도를 운용하면서 기업의 우수성이 높은 곳 들도 다수 있었다. 그럼에도 적절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기업들이 일부라도 포함된다면 서울형 강소기업 전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이에 정량적 평가에 의존하는 서울시의 평가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서는 향후 청년들에게 취업을 추천할만한 기업을 선별해 목적에 맞게 강소기업 선정 방식을 재검토해 하겠단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각 기업의 사업 내용 등은 고려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지 등만 확인하고 있다”며 “강소기업 선정위원회와 함께 정량적인 부분뿐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등 기준과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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