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접촉 이후 남북 당국간 첫 협의인데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시작으로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 남북 당국간 회담 추진 및 민간교류 활성화 등의 합의 사항이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의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도 합의 사항 이행과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의 진정성과 향후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라톤’ 협상…실무접촉 이례적인 장기화 왜?
일단 합의 도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측의 분위기는 우호적인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협상이 만 하루 가까이 이어졌고 모두 11차례의 접촉 끝에 합의문을 도출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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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제6차 개성공단공동위원회와 지난달 22일에서 24일까지 이어진 남북 고위급접촉에 이어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까지 올해 들어 열린 남북 회담이 모두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실무접촉에서도 이렇게 무박 2일 동안 해야 한다는 것은 이산가족 뿐 아니라 제반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남북간 시각 차이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번 접촉의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여했던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우리 측은 전면적 생사주소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상봉정례화,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한 반면, 북측은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실무적 논의에 집중할 것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이번에 회담에 나온 대표단이 실무 대표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심도 있는 문제 협의를 위해서는 적십자 본회담을 개최하자는 주장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합의문 두번째 항인 적십자 본회담 개최와 그 취지에 대한 내용을 합의서에 담기 위해 협의하고 이를 북한 상부에서 ‘재가’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측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행사를 성사시키고, 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10일 이전으로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당 창건일 행사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10일 이후로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자고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우리에 비해 이산가족 상봉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최소한의 합의가 이뤄진 것 같고 날짜가 너무 후반부에 잡혀 있는 점이 아쉽다”며 “그때까지 남북 관계가 잘 관리가 되고 안정적으로 가야 이산가족 상봉이 순조롭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사 전까지는) 아슬아슬한 합의 이행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시기도 그렇지만 상봉 정례화, 생사확인 등은 후추 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들은 반영이 잘 안 된 것 같다”면서 “이번 협상 과정은 북한이 원하는 수순일 것이다. (북한은) 흔히 말하는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 여러가지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협상이득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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