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中의 자유무역 수호’ 명분 줄까 우려

한중일 ‘자유무역’ 관련 공동성명 논의
전문가 “中 자유무역 수호자 메시지 담겨선 안돼”
다자주의 자유무역 인정하면, 한일 중국견제 인정하는 꼴
한중일 FTA, 한중 FTA 2단계 등 논의 진전 어려울 듯
  • 등록 2024-05-21 오후 5:17:28

    수정 2024-05-21 오후 6:09:5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 추진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조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9월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모처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중일 3개국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도 지난 16일 “한국이 의장국으로 무엇을 얘기하고 어떤 수준까지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한 상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한중일은 ‘자유, 공정으로 투명성이 담보된 무역 환경’이라는 자유무역 방침을 담는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무역경쟁 장기화로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중일이 국익을 위해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발표할 공동성명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입장이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역임했던 조태영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열린 ‘한일 신협력비전포럼’에서 “(한중일 회담에서)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인 것처럼 말한다면 이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각종 보조금으로 유명한 중국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제품의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정책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자유무역과 관련된 대외 메시지가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는 “중국은 WTO에 따라서 글로벌 다자주의 원칙에 따라서 무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미일이 여기에 반하는 소다자주의를 만들어서 중국을 압박한다고 본다”며 “중국의 입장을 다 인용하면 한일이 중국을 견제한 것이 인정되기 때문에, 공동입장이 채택되더라도 ‘다자주의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한중일 3국 정상의 만남이 5년여간 미뤄왔던 회의를 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일 간 입장 차이가 몇 년새 커졌기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가장 큰 의제는 자유무역협정(FTA)인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자유무역협정(CPTPP)으로 커버가 되기 때문에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 FTA 2단계는 현재 중국은 원하는데, 한국이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며 “한국이 여기서 시장을 더 개방한다면 중국에 장악될 수 있는 상황이라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인적교류와 보건, 기후변화, 고령화 문제 등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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