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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전력공사는 총 10조3500억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11조6400억원) 대비 11% 소폭 감소했다. 한전채의 신용등급은 트리플 에이(AAA) 등급인 초우량채로 분류된다.
같은 기간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는 공사채를 각각 2조9400억원, 2조9372억원, 2조6000억원 발행했다. 발행량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세를 보인 한전채와 달리, 66%, 34%, 68%씩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금융공사는 특례보금자리론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정책 대출 사업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최저 연 3%대 고정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지난 4월 말까지 전체 공급 목표 금액(39조6000억원) 중 78%(30조9408억원)를 채운 상태로 6~7월 내에 목표액을 모두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주택공사는 한국형 녹색채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기업에 대해 최대 3억원의 이자를 지원하는 등 정책 지원이 늘면서다. 조달된 자금을 통해 제로에너지 특화도시 조성과 운영, 제로에너지 건축물 신규 건설, 리모델링 등의 프로젝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늘어난 공사채가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금융공사, 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모두 한전채와 동일한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량물 발행 확대는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여 민간 기업의 회사채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전기료 소폭 인상…“한전채發 수급 부담 제한적”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한전채 발행 대신 단기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을 한전채가 대거 흡수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 채권 발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CP의 경우 지난 3월 1000억원 순발행에 그쳤으나, 4월 2500억원이 발행됐다. 이달 들어서는 3000억원이 넘었다. 전단채는 3월까지 마이너스 규모의 순발행을 보이며, 상환 기조를 보였다. 지난달부터 순발행이 1조원을 넘기고, 이달에는 5000억원이 순발행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정부여당과 합의를 거쳐 올해 2분기 전기료를 ㎾h당 8원 소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당초 요구했던 인상폭(㎾h당 13.1원)에는 못 미치지만, 전기요금 일부 인상으로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역마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발행된 한전채 10조원을 제외하면 5월 이후 발행 규모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작년 원화채 순발행 27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한전채발 수급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주택저당채권 양도를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발행하는데, 통상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발행하며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또 초우량물의 수급 영향으로 하위등급까지 단계적으로 금리 상승 영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