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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대외 통상에 관한 실질적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수출주도 경제는 산업통상형 조직이 대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통상 추진체계와 신정부 통상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 통상조직은 산업 주무부처가 통상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형, 외교 주무부처가 통상정책을 관장하는 외교통상형 등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통상조직을 유형별로 보면 △산업통상형 20개국 △외교통상형 14개국이었으며, 미국만이 유일하게 독립형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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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형 조직은 최근 들어 각국의 통상정책이 공급망 안정성 확보, 기술 동맹, 디지털 대전환, 탄소 중립, 보건 협력 등 국가 차원의 핵심 아젠다와 긴밀히 연계되면서 장점이 부각되는 추세다. 미국의 대중, 대러시아 제재에서 보듯 통상정책이 특정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응징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점차 외교·안보 영역을 벗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외교통상형 조직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허 교수는 “통상정책을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산업적 측면을 놓치기 쉽다”면서 “우리의 주요 경쟁국은 통상정책을 글로벌 산업정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기술과 자연, 환경과 연계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부가 제조업, 농업, 서비스 등 제반 산업에서의 기업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통상정책을 펼치려면 대외 통상에 관한 실질적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년마다 밥그릇 싸움…독립부처 신설 의견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통상분야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바뀌는 5년 주기로 통상기능을 놓고 부처 간 다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통상 환경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선 기획 기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통상 기능이 어느 부처로 갈지가 아닌, 통상 정책이 어떻게 가야 할지가 새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백훈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달라진 통상 환경에 발맞춘 정부 조직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통상은 디지털 무역과 환경, 노동, 외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하이브리드 형태로 바뀌었는데도, 정부 조직은 아직 그대로”라며 “공급망 문제만 해도 단기적으로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 재편, 공급망 다변화 등이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통상, 산업, 외교, 안보를 함께 다룰 제3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통령 직속 ‘통상위원회’ 등 독립 부처 신설을 해법으로 거론했다.
안덕근 국제경제법학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종전엔 윈윈(win-win)으로 받아 들여진 통상에 대한 인식이 이제 전략적 경쟁, 제로섬(zero-sum)으로 뒤집혀 각 국은 통상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산업 입지를 어떻게 재건할 지 경제·통상·외교정책을 엮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