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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네바 국제모터쇼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등을 이유로 2020년 이후 4년간 행사를 취소했다가 올해 재개한다.
이번 모토쇼에서 미디어 행사를 개최하는 기업 중 유럽 업체는 프랑스 르노 한 곳에 불과하다. 중국에선 상하이자동차(SAIC)와 비야디(BYD) 등 유럽 시장을 겨냥한 완성차 업체들이 미디어데이를 연다. 르노는 전기차 R5를 출시할 계획이다. 상하이자동차 산하 브랜드 MG는 M3 하이브리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BYD의 실(Seal) 세단 차량은 올해의 자동차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실이 수상하면 중국 모델로는 처음으로 수상자 명단에 오르게 된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파트너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닉 파커는 기존 유럽 자동차 제조사와 중국 업체에 대해 “분필과 치즈의 관계와 같다(겉보기엔 같지만 실제론 아주 다르다는 의미)”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유럽 자동차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BYD의 전기처 돌핀 해치백은 동급의 폭스바겐 차량보다 약 27%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커 디렉터는 “중국 업체들의 전략을 따라가는 것은 유럽 제조사들이 외부 공급업체에서 짜낼 수 있 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익률에 큰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점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중 공급망에 갇히게 되면서 수익성 개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유럽연합(EU)의 전기차 판매량에 따르면 1월 판매량이 전날보다 무려 42.3% 감소했다.
유럽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처럼 상황이 어려워지자 허리띠를 졸라 매거나 전략을 바꾸고 있다. 르노와 스텔란티스는 이달 전기차 비용 절감 노력을 강조했고, 메르세데스는 전기차 수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향후 10년 동안 기존 라인업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목록을 확대하면서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했고, 추가적인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기존 공급업체들이 이미 비용 절감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컨티넨탈과 보쉬 등은 최근 감원을 발표하거나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 규모도 기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 공급업체는 변화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 적응할 수 있지만, 지난해 7월 파산 신청을 한 독일 올가이어와 같은 수 많은 소규모 업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비용 절감과 공급업체를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딜러 서비스 회사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필립 노타드 인사이트 디렉터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급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