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러북 군사 협력을 강력한 규탄하며 즉각 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언급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첫 세션 회의에서 러북 군사 협력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신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이후 10번째 연사로 나서 러시아 대표단 앞에서 “북러 군사협력의 불법성을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인지하고 이를 중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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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적 포용 및 기아·빈곤 퇴치를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는 북러 협력에 대한 규탄 메시지가 잇따랐다. 이시비 시게루 일본 총리는 “러시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도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정당치 못한 전쟁’이라는 구체적인 용어와 예시를 쓰면서 러시아와 북한을 겨냥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러시아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참석자 중 러시아는 전쟁과 관련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바로 앞에 발언한 러시아 외교장관은 전쟁 얘기는 쏙 빼고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등을 언급하며 세상 한가하고 편안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전쟁 문제를) 일부러 피해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시 주석의 행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적으로 더욱 격화되며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시 주석도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는 ‘전쟁 조기 종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평화 협정을 맺기 위해서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현재 점령해 놓은 현재 상태의 영토가 어디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연말이 오기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금 전투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불예측성이 다가오기 때문에 앞으로 한 두 달 정도 사이에 전투가 더욱 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가 이행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기 지원에 대한 논의를) 나토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먼저 받고 난 이후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