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7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위한 심사나 공모주 청약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또 미국 1위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은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이며 현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박문서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이 각각 사업부문과 지주부문 각자 대표를 맡는다.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최대 변화다. 이번 흡수합병은 △지배구조 단순화 △의사결정 신속화 △주주가치 제고 3가지로 요약된다. 동원그룹은 그 동안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049770), 동원시스템즈,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자회사 22개를 보유하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김 부회장은 여타 2세 경영인과 달리, 지난 1996년 ‘신분’을 숨기고 부산의 참치 통조림 공장 생산직 근로자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영업부 사원을 거쳐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을 지내며 2013년 부회장에 선임됐다.
또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했던 동원산업의 주식이 시장에 풀려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1000원으로 분할한다. 분할 전 367만7641주였던 동원산업의 주식은 분할 후 1838만8205주로 늘어난다. 증시에서는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등 우량 자회사를 보유했음에도 주식 유통 물량이 적어 시장에서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동원산업 주식이 많아 유통 물량이 적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 점이 해소될 것”이라며 “2차전지 등 신사업 영역을 확장 중인데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진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진다”고 기대했다.
한편 회사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내부 거래 비중을 꾸준히 축소해왔기 때문에 이번 합병 목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2003년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071050)(전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며 금융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AI 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생활 산업 그룹으로 탈바꿈 중이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 6조6852억원, 매출 7조6030억원, 영업이익 5087억원을, 동원산업은 자산 3조519억원, 매출 2조8022억원, 영업이익 2607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투명경영 강화 차원에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김주원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전형혜 한국여자변호사협회 부회장, 김종필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새로 설치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번에 중임된 윤종록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4명의 사외이사를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