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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 개헌안 준비를 담당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출범하자마자 숨 돌릴 틈없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개헌 국민투표를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하루 빨리 개헌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헌안을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국회의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자문특위는 내달 12일까지 개헌안을 완성하고 중순경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공식 보고하기로 했다.
자문특위는 우선 개헌안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9일에는 홈페이지를 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국민발안·국민소환제, 정부형태, 수도 명시 등 22가지 민감한 쟁점을 올렸다. 개헌안 중 찬반이 엇갈리는 쟁점에 대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의도다.
자문특위는 “각각의 쟁점별로 작성된 4장의 카드를 보면 국민들도 쉽게 개헌의 쟁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며 쟁점별 카드뉴스 밑에는 현행 헌법조항과 쟁점, 찬반 의견을 소개하고 있어 개헌에 관한 토론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2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자문특위 운영경비 28억원을 의결하며 개헌 추진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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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회는 여야간 개헌안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달 초 당의 공식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공식 개헌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여야는 지난 19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전 회의 때와 똑같은 논쟁만 거듭했다. 여당은 한국당에게 개헌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고,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 반대, 권력구조 뺀 개헌 반대 입장만 재확인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은 급하게 개헌안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 개헌안 완성 시점도 3월 중순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지난 주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지난 19일부터는 소속의원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오는 22일에는 전문가와 함께 하는 개헌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결국 개헌 주도권을 청와대가 쥐고 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여야가 3월 중순까지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찬반 투표만 해야 한다. 국회의 목소리를 개헌안에 담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국회가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면 개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3당 원내대표 회동 자리에서 “이제 국회에서 개헌 테이블 가동해야 될 시점으로 이를 위해 5당 원대 회동 제안한다”며 논의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한편 20일 국회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정당학회 공동 주최한 ‘개헌, 합의와 결단: 권력의 분산과 국회 역량 강화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가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의는 현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정파적, 이념적 갈 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본인이 선호하는 권력구조제도를 말한 게 가이드라인처럼 받아들여져 개헌 논의를 꼬이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