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재무건전성 관심…韓이커머스 ‘희비’

재무 상태 파악도 못하는 티메프 사태에
셀러들 “재무제표로 플랫폼 평가해야” 목소리
쿠팡·네이버·무신사·야놀자 등 ‘양호’
대규모 결손금·자본잠식인 곳도 많아
  • 등록 2024-07-31 오후 7:05:00

    수정 2024-07-31 오후 7:05: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대규모 판매자(셀러)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도 재무건전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모습이다. 꾸준한 수익성은 물론 자본잠식 여부,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 등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번가는 최근 티메프 사태 이후 ‘빠른 정산’을 강조하는 배너를 띄우고 있다. (사진=11번가)
◇쿠팡·네이버쇼핑 재무건전성 양호…무신사 등도 ‘방긋’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안심하고 쇼핑하라’는 배너를 띄우고 빠른 정산과 결제대금보호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티메프 사태로 셀러들 사이에서 긴 정산기한과 결제대금 보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자 타 업체들은 ‘티메프와 다르다’며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셀러들의 대금 규모와 현황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등 회사의 재무 전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본 셀러들은 “이젠 플랫폼사의 재무제표부터 살펴보고 들어갈지 판단해야 한다”며 분개를 터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그렇지 못한 곳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과 현금성 자산 부족 상태인 플랫폼들은 한동안 셀러들의 불신 어린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업계에선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커머스로는 네이버쇼핑(네이버)과 쿠팡 등이 꼽힌다. 우선 네이버는 이커머스 외에도 광고, 검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태로 올 1분기말 기준 자본총계가 24조5400억원에 달할 만큼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다. 네이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2374억원이다.

쿠팡은 누적 결손금이 쌓여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자산 규모와 유동성 측면에서 흔들림 없다는 평가다. 쿠팡의 2023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본총계는 2조9834억원으로 전년(6151억원)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22년 2조3636억원에서 지난해 4조2900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다만 누적 미처리 결손금이 3조8675억원 가량 쌓여있으나 전년대비 감소 추세에 있다. 현재 보유한 유동성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규모로 보인다.

특화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버티컬 이커머스 중에서도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곳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야놀자는 올 1분기말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1조4056억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55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도 2021년 매출액 3300억원에서 2023년 7667억원으로 2년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무신사도 2023년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99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합몰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 11번가(8654억원)는 넘어선 것이며 지마켓(1조1967억원)보다는 적은 규모다. 무신사의 자본총계도 6803억원에 달하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23년 말 기준 4200억원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의 경우 이제 대기업 집단에 속할 만큼 규모의 경제를 갖춰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라며 “야놀자와 무신사는 시리즈C 이상 투자도 유치할 정도로 실력과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서 버티컬 플랫폼 중에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자본잠식·대규모 결손금 있는 곳도…시장 재편 구조될 것

반면 대기업 계열사거나 거액의 투자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없는 곳들은 업계에서도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또 자본잠식으로 인한 불안정한 재무 구조와 대규모 결손금이 쌓인 곳들도 있다.

동대문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는 2015년 법인 설립 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탓에 쌓여있는 결손금만 2042억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누적 결손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1129억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 마이너스(-) 543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명품 이커머스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3개사는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대규모 미처리 결손금이 남아 있다. 발란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크림도 마이너스 2580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고 누적 결손금이 3414억원에 달하지만 네이버라는 모회사가 있어 그나마 낫다는 평가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시장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상위업체 위주로 시장이 급격하게 개편되는 구조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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