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비 소홀’을 지적한다. 각 부품들의 사용연한이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노후 기종이니 정비 간격을 더 촘촘히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정비 매뉴얼상 연료도관 점검은 비행 600시간을 채워야 이뤄지도록 돼 있다. 사고기의 당시 해당 부품의 비행시간은 508시간이었다. 아직 정비 기간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노후 기종의 경우 운용 과정에서 부품들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비 기간을 더 단축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면 일리있는 말이긴 하지만, 정비 현업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전투기 내에는 수많은 부품들이 있다. 노후 기종이라고 해서 이들의 사용연한을 모두 앞당길 경우 막대한 돈이 든다. 게다가 정비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정비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하기란 어려운게 사실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정비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비사들은 매뉴얼 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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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43년으로 운용 기한을 또 연장했다. 우리 공군의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는 440여대 정도인데, 이 중 F-4, F-5 등 노후 기종 100대를 한꺼번에 제외할 경우 작전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에 사고가 없었다면 해당 전투기는 2029년까지 비행을 했을 것이다.
당초 공군은 F-4와 F-5 퇴역 시점을 감안해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 총 120대 전투기 구매 계획에 따라 1999년 시작된 1차 사업에선 F-15K 40대 구매가 확정되고, 2차 사업에선 F-15K 20대를 추가로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3차 F-X 사업은 정권 교체와 예산 문제 등으로 기종 선정이 2013년으로 미뤄졌다. 게다가 중간에 사업 재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2014년 3월에야 F-35A 40대를 구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나머지 20대를 추가 구매하기 위한 사업이 재개됐지만, 해군의 경항공모함 도입 추진으로 사실상 현재는 관련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경항모 탑재기로 F-35B 구입을 검토하면서 공군 전투기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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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군은 410여 대의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그마저도 올해 연말이 되면 380여대로 줄어든다. 그만큼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군은 이제서야 부랴부랴 20대 추가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FA-50 경공격기의 블록-Ⅱ 개념으로 무장을 늘리고 연료통을 추가한 항공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단된 F-X 3차 사업 20대와 당초 KF-X 생산 계획인 1차 40대 및 2차 80대가 아닌 1차 80대, 2차 40대로 변경해야 그나마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절박함은 보이지 않는다. 사고 안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공군 지도부와 군 수뇌부는 직을 걸어야 한다. 정치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이해관계자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호소하는 간절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