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서는 일부라도 예산안 복구가 이뤄져 다행이라는 시각과 삭감액이 큰 만큼 해당 분야 계속연구과제(해를 이어서 수행하는 과제) 등 기존 연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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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올해(31조778억원)보다 5조1626억원(16.6%)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외환위기(IMF) 때도 삭감하지 않았던 예산 감축이 현실화되면서 과학계 반발이 이어졌다. 과학기술단체들로 구성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만나 예산 증액을 요청했고,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삭발식까지 열며 예산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와 노조가 중심이 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까지 출범해 예산 삭감 원상 회복을 요구했다. 학생 연구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 대학생 단체들은 R&D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대로면 연구현장이 위축돼 해외로 떠날수 밖에 없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이는 학생연구원 등 미래 세대의 반발, 기초연구에 대한 학계의 우려 표명,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슈퍼컴퓨터 등 첨단 연구장비 구축 및 운영에 대한 과학계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옥상 기초연구연합회장은 “기초연구에 대한 타격은 줄었지만 예산 복구 규모가 너무 작은데다 판을 흔들어놨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린다”며 “연속과제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예산 복구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R&D 예산을 삭감한 정부가 됐다는 점, 삭감폭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 집단 행동 움직임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구자들을 ‘카르텔’로 규정하며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했던 부분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문 회장은 “연총에서도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낼 계획”이라며 “이미 연구현장에서 타격은 큰 상황으로 일부 증액이 됐다고 해서 변한 사항은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번 삭감안에 대해 야당에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토론에서 “이번 예산 삭감의 문제는 이것이 향후 예산 편성의 기준과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내후년도 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며 “이번 예산 편성 과정을 엄정하게 평가해 개선하고 연구자 중심의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앞으로 비효율을 개선하고 세계 최고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원칙을 되풀이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은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초일류 경쟁력과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글로벌 R&D를 확대하고 신진연구자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세계 최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정부는확정된 예산에 따라 앞으로도 학생과 연구자들이 연구 현장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확인하고, 제도적인 보완 노력도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