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전셋값 급락에 애태우던 집주인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부가 특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출시키로 한데다 13개월간 이어진 전셋값 하락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세입자에 반환해줘야 할 보증금 차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다만 현재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 집주인 다수는 여전히 2년 전에 비해 작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수 억원의 전세 보증금 차액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해 선제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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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 7131만원으로 전월 5억6981만원보다 오르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6월(6억7792만원) 이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했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은 강남지역이 주도했다. 강남 11개구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6억 5432만원으로 7월(6억 5114만원)보다 오른 반면 강북 14개구 전셋값은 4억 7933만원으로 지난달(4억 8009만원)보다 떨어졌다.
전세물건도 감소 중이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작년 말 8만 5000건을 돌파했다가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해 8월 31일 기준 3만 1050건으로 크게 줄었다. 아파트 전셋값 반등과 매물 소진은 최근 빌라(연립·다세대)를 중심으로 불거진 전세 사기의 반사이익으로 분석된다.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아파트 전세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47.7%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8월에는 64.5%로 올랐다. 반면 서울 연립주택의 8월 평균 매맷값(3억2879만원)과 전셋값(2억2429만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입주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가격반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만 3000가구인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에는 7500가구로 급감해 새 아파트 시장에 입주 가뭄이 예상된다.
정부가 역전세난 해결을 위해 최근 집주인에 대해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특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출시키로 한 것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역전세난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임대차3법으로 전셋값이 고공 행진했던 2021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6억 6614만원) 보다 현재 시세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5000건을 넘어서며 역대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이 정부 정책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과도한 전세가율 책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빌라전세수요가 아파트로 넘어온데다 보증물의 가격 하락이 멈추면서 전셋값이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 시세를 꼼꼼히 조사하고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물건엔 보증부월세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