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올해 들어서 횡령 사건이 곳곳에서 터져 떠들썩합니다.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대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데요. 횡령 범죄는 해당 법인뿐만 아니라 주주 등 서민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범인 검거만큼이나 범죄수익 환수와 재산피해 회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사건을 살펴보면 회사자금 2215억원이 사라진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사건입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396억원 상당의 몰수·추징 보전(처분금지)을 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숨기거나 써버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를 ‘몰수 보전’이라고 하는데요. 피의자가 범행을 통해 취득한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뜻합니다.
몰수 보전할 수 있는 재산은 3가지가 있습니다. △범죄수익 △범죄수익 유래재산 △범죄수익과 유래재산이 섞인 재산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 운영 자금을 횡령해서 얻게 된 돈은 범죄수익입니다. 횡령을 통한 범죄수익으로 고급 승용차를 샀다면 이는 범죄수익 유래 재산으로 봅니다. 횡령범 소유의 예금통장에 근로소득과 합쳐서 섞인 재산도 범죄수익 부분으로 보고 처분할 수 없게 합니다. 보전할 수 있는 재산에는 부동산과 동산, 채권 등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들이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도 보전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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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모든 범죄에 대해 범죄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는 뇌물과 상습도박 등 200여개 범죄를 규정했습니다. 다만, 올해 1월 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시행으로 범죄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가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이에 횡령과 성매매알선, 도박 장소 개설 등 기본적으로 장기 3년 이상의 범죄라면 범죄수익 보전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경매와 입찰방해 등 장기 3년 이하 11개 범죄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올해부터 전국 시도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뿐 아니라 일선 경찰서에서도 범죄수익 몰수추징 보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는 작년 10월 착오 송금한 3800만원 상당을 임의 소비하고 잔액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횡령 사건에서 범죄피해재산 1600만원을 몰수 보전했습니다. 또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3월 은행직원으로 속여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거짓말해 피해자로부터 1300만원 상당을 받아 편취한 사건에서 범죄피해재산 85만원을 몰수 보전했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는 피해회복뿐 아니라 범죄 예방에도 큰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불경기라 돈 벌기 어려운 때에 수억대로 자금을 세탁해서 안 걸리고, 나라에서 환수도 하지 않아 감옥에서 몇 년 살다 나온다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면 누구라도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라며 “범인 검거만큼 범죄수익 환수도 범죄 예방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범죄수익은 작은 사건까지 빈틈없이 보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은 올 상반기(1~6월) 동안 총 452건의 몰수·추징보전 법원 인용 결정을 받아 모두 1316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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