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험적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전략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는 최 회장의 경영행보가 매년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딥체인지를 이뤄내겠다는 최 회장의 뚝심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딥체인지 경영철학을 꺼내든 최 회장은 매년 사회적 가치 확산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 회장은 2017년부터 재계에서도 유례없는 그룹내 심포지움 ‘이천포럼’을 정례 개최하며 구성원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단순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한계를 넘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최 회장의 철학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19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2019 이천포럼’을 개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이천포럼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행사가)잘 준비된 것 같다”며 짧게 언급한 채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최 회장은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사회적 가치 확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전략 등에 대한 강연을 청취했다. 이천포럼은 최 회장이 2017년 “격변하는 시기에 SK 구성원들이 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비즈니스 관점을 크게 넓혀야 한다”고 제안해 출범한 행사다.
올해 포럼의 주제도 딥체인지와 사회적 가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이다. 과거 포럼과 주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동안 단순히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 올해부터는 이 같은 변화의 노력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실행’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적 가치 내재화를 통해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최 회장의 딥체인지 전략이 해를 거듭할 수록 근본으로 파고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실험적 도전은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날 이천포럼 기조세션 ‘사회적 가치, 기업의 일상 속으로’에 참여한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는 “SK가 내세운 사회적 가치를 통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전략은 발상의 전환”이라며 “SK가 새로운 미래 경쟁력을 사회적 가치에서 찾을 것이라고 한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정빈 고려대 교수도 “그간 SK그룹 실무 인력들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인터뷰를 해왔는데,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었다”며 “본업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도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기반 삼아 그룹내 사회적 가치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수용을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돌연사 할 것이라고 (구성원들에게) 협박 비슷하게 했다”면서 “이젠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반영한다고 하니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행보는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내년 1월 그룹내 연구와 교육조직을 통합한 ‘SK유니버시티’를 출범하겠다고 공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비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통한 비즈니스모델(BM) 혁신, 행복·리더십 등 공통역량 등 기존 딥체인지를 향상시킨 ‘딥체인지 2.0’ 관련 교육들을 전개할 계획이다. 더불어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지난 5월 국내 최초 사회적 가치 관련 민간축제인 ‘소셜밸류 커넥트 2019’(SOVAC)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