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때도 탄핵사유 바꿨다는데…尹과 무엇이 다른가

與 "탄핵안 재의결" VS 野 "탄핵안 수정 가능"
朴 탄핵안, '행상책임' 위반 등 헌법 위반이 핵심
尹의 경우 형사상 내란죄가 핵심 탄핵 사유
헌재 "내란죄 철회 여부, 재판관이 판단할 사항"
  • 등록 2025-01-06 오후 4:49:37

    수정 2025-01-06 오후 4:49:37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이 내란죄 주장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형법상 내란죄로 인한 헌법 위배를 핵심으로 담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의 소추안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박 전 대통령 소추안에도 형법상 뇌물죄 등 죄목이 포함된 만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6년 11월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지난달 14일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후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사유 변경을 두고 여야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헌재에서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루지 않으면 탄핵안의 정당성이 떨어지는 만큼 국회 재의결을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헌재가 비상계엄의 위헌성만 따져 신속한 심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의결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야는 내란죄 철회와 관련해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서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朴·尹 탄핵안 차이는 ‘핵심 사유’

박 전 대통령 탄핵안에 적시된 핵심 탄핵 사유는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 조항 등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는 점으로 대통령으로서의 헌법 위배 행위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구체적 소추사유 세부 항목으로 △헌법 위배행위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등 법률 위배 행위 △중대성의 문제 등이 나열돼 있지만 방점은 헌법 위반에 있다.

실제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행상책임(行狀責任)‘이란 개념을 들어 김무성 전 새누라당 대표에 탄핵소추 동참을 설득했다. 행상책임이란 대통령으로서 헌법·법률에 임하는 태도를 말하는 말로 현행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위법 사실을 당장 입증하지 않아도 대통령으로서 행동과 태도가 잘못됐으니 탄핵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이 내용은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김무성 전 대표의 메모 ‘행상책임(형사 X)’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2016년 12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면서 메모지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비해 지난달 14일 가결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군대·경찰을 동원해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질렀다”며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를 했다”고 적혀 있다. 즉 형법상 내란죄가 핵심 탄핵사유로 기재돼 있다. 구체적 사유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중대성의 문제 등을 다루나 ‘내란 폭동’, 즉 형사책임을 강력한 소추 이유로 들고 있다.

여당은 이같은 점을 들어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의 차이를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내란죄를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상 내란죄가 핵심 탄핵사유로 기재된 만큼 내란죄를 철회한 탄핵안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를 제외하고 탄핵 사유에 대한 판단이 이뤄진 것에 주목한다. 탄핵소추위원인 민주당 이용우 법률위원장은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도 박 전 대통령 뇌물죄, 강요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는 것으로 탄핵 사유를 재정리한 바 있다”며 “이번 탄핵 심판에서도 내란 행위를 형벌 위반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 주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인 지난달 27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결국 공은 헌재로…“재판관 결정 사항”

내란죄 심리 여부는 오는 14일 본격화할 1차 변론에서 판단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탄핵 사유 변경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부분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다”며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에 내란죄 철회에 대한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하자 없는 탄핵심판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헌재가 중심을 잡고 신중하게 내란죄 철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한 결론을 내기 위해 내란죄 철회를 헌재가 받아들여 무리한 탄핵심리를 이어갈 경우 향후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심각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을 전제로 내란공범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했고 이후 윤 대통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는데 수명재판관이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헌법재판은 형사소송과 다르게 진행된다고 발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고 향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헌재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 선례로 탄핵을 인용할 경우 앞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무얼 하든 바로 탄핵할 수 있는 아주 나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이는 대통령제 붕괴는 물론 87년 헌법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애초 내란죄 탄핵안에 넣은 것이 오류였다면 탄핵 의결 자체가 잘못됐으므로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거나 내란죄 철회 없이 그대로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받는 게 추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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