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법 없어 `미아` 된 에너지기본계획…탈원전 폐기 무용지물 될 판

에기본, 법률상 근거 없이 20일째 `미아` 상태
근거법인 에너지법 개정안, 3년째 국회 계류 중
검수완박 여야 대치로 4월 국회 처리도 기대난
文정부 에기본 수정 없이 탈원전했다 위법 논란
에기본·전력기본계획 바꿔야 원전 활용 가능
  • 등록 2022-04-14 오후 4:54:49

    수정 2022-04-14 오후 8:27:1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원전 복원’과 ‘에너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표 에너지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청사진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중심으로 짜놓은 에너지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데, 근거법이 사라져 현재로썬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21년 12월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으로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거법이 상실됐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과 함께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거법이었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에너지기본계획은 법률상 근거 없이 20일째 ‘미아’ 상태에 놓여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거법을 에너지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통해 다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을)은 에너지법을 ‘국가에너지법’으로, 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으로 각각 격상해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거법을 새로 두는 내용의 ‘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2020년 발의된 뒤 별다른 논의 없이 3년째 국회 계류 중이다.

특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여야의 극한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4월 임시국회에서도 에너지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에너지기본계획이 미아로 남아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임종성 의원실 관계자는 “에너지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 큰 이견은 없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에너지법 개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여부는 국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발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오는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기존 7.6%에서 최대 35%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1차(이명박 정부), 2차(박근혜 정부)에서 원전 발전 비중을 각각 41%, 29%로 명시한 것과 달리, 3차 계획은 원전 발전 목표 비중을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탈원전 정책에 쐐기를 박았다. 이 같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 재개, 고리 2호기 수명연장 등을 통해 복(復)원전을 추진하는 새 정부의 방향성과 괴리감이 있다.

특히 올해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발전 비중 확대 등의 내용을 삽입하려면 늦어도 3분기 중에는 상위법인 4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계획의 수정 없이 복원전을 강행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3년 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에너지기본계획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 정책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먼저 수정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가 위법 논란을 일으켰다. 감사원은 2년여 만에 “위법이나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다시 원전 확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에너지기본계획부터 수정해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기본계획에 원전 발전 비중 등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연내 마무리하려면 국회 계류 중인 에너지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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