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제강점기시대 일본이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반인권적·불법 동원을 한 기록들이 공개됐다. 기록에는 초등학생 나이인 12살 남짓의 아동을 강제 노역시킨 기록부터 가슴 아픈 과거가 담겨 있었다. 자료들은 그간 군인·위안부 등에 집중돼 있던 강제동원 문제의 범위를 더 넓힐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국가기록원·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일제 강점기 자료 공동전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에 앞서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세 기관은 아동과 여성, 방공동원과 관련된 도서·신문·잡지 등 관련 소장 자료 20여점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들은 중일전쟁 이후인 1930년대 후반부터 1944년 해방 직전의 자료들이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본은 본격적인 전시 파시즘 체제를 가동하면서 후방의 산업 노동자들도 전선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보국(報國)해야 한다는 논리로 ‘산업보국운동’을 시행했다. 여기에는 조선의 아이들까지 ‘산업전사’라는 이름으로 동원됐다. ‘소년공’, ‘산업전사’라는 이름의 노무 동원 관련 문헌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기술돼 있다.
광복 직전인 1944년에 이르러서 일제는 ‘학도동비상조치 요강’을 발표해 초등학생까지 강제 동원 대상을 확대했다. 실제 충남 공주 장기국민학교 학생의 ‘근로동원에 관한 아동조서’ 문헌을 보면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강제로 노역시킨 내용과 횟수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4월에는 개간작업 5회, 5월에는 보리 깜부기 뽑기 4회, 9월에는 군수용피채집 10회 등이다. 이영도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은 “어린 학생들이 공부는 거의 못하고 매일 노역에 동원됐다”며 “보리 깜보기 뽑기의 경우 동원될 때마다 4000포기를 뽑았다고 하는데 엄청난 양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성을 간호부 등에 동원하기 위해서 일본은 신문에 여성 간호부를 ‘백의의 천사’로 선전하기도 했다.
일제가 방공을 빌미로 조선 사회 전체에 전시체제를 일상화 하려고 했던 흔적도 있었다. 일제는 1941년 12월 한글로 된 방공지침서 ‘언문방공독본’을 발간한다. ‘언문방공독본’은 가정에서 여성과 아동이 공습에 대비해 알아야 할 여러 준비와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1940년대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을 펼치며 한글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전시 체제를 일상화하기 위해 조선인들의 일본어 이해도가 떨어지니 한글로까지 제작을 한 것이다. 또 발행 시기가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후라는 점에서 태평양까지 전쟁을 확대해 나가던 시기 일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소연 국가기록원 원장·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일본의 강제동원 역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오고 연구하는 기관들에서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국립중앙도서관·국가기록원·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일제 강점기 자료 공동전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에 앞서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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