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예산안, 국회 심의 시작…野 "국가 연구기반 무너질 것"

野, 과방위서 파상공세…"대한민국 미래에 심각한 영향"
"정부 예산안 R&D 중장기 투자전략도 안지켰다"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 보고서에서 법률 위반 지적
박근혜 靑출신 인사들도 "기초과학 예산만은 복원해야"
  • 등록 2023-11-01 오후 5:18:41

    수정 2023-11-01 오후 7:42:30

장제원 국회 과방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개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강민구 기자]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 본격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야당이 R&D 예산 삭감을 맹비난하며 증액을 강력 요구했다. 과거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책임자들도 정부 예산안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예산안 등에 대한 심의가 이뤄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결국 박사과정, 석사과정 등 젊은 연구자의 연구기반을 무너뜨리고, 이공계 학생들의 연구기피를 불러와 R&D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의 R&D 예산은 25조 9000억원으로 올해(31조원) 대비 16.6%가 급감했다. 그중 과기정통부 소관 R&D 예산의 경우도 올해보다 9.7% 감소한 8조 8000억원이 편성됐다.

野 “위법한 예산안에 동조 못해…원점 재검토 필요”

박찬대 의원은 “기술경쟁 시대에 R&D 예산이 9.7%나 감소한 현실이 상당히 유감”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R&D 예산이 감소하는 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줄지 심각하게 생각해 달라”고 토로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R&D 예산이 올해 3월 발표된 정부의 R&D 중장기 투자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간 R&D 예산 170조원을 투자해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변재일 의원은 “R&D 예산 편성이 급격히 바뀌는 걸 막기 위해 수립된 R&D 중장기 투자전략이 이번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 예산안이 과학기술기본법 위반한 상태다. 이런 예산안을 계속 심의해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R&D 중장기 투자전략에 따라 연도별 투자계획 규모가 다 정해져 있다”며 “정부는 중장기 투자전략을 ‘가이드라인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법적 기본 계획이면서 행정절차인 만큼, 절차와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같은 당 정필모 의원은 R&D 예산의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이 정부 예산 편성의 법률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며 “국회가 용인한다면 위법에 국회도 동조하게 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과기정통부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서는 ‘R&D 예산 배분 · 조정 과정에서 8 월 22 일에 예산 심의가 완료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 과기정통부 장관은 주요 R&D 예산 배분 · 조정안을 마련해 6월 30 일까지 기획재정부장관에 알려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법률에 위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돼 있다.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국회 소속인 과방위 전문위원은 “25개 출연연 중 14개 연구기관의 예산안 중 외부 인건비와 학생 인건비의 전년 대비 감소율이 25%나 돼 관련 사업 및 후세대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이러한 인건비 문제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과기정통부 “학생연구원 연구·학업 지장 없도록 할 것”

전문가들도 최소한 기초과학 분야 예산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과학 정책을 담당했던 조신 전 미래전략수석(현 연세대 교수)과 김주한 전 과학기술비서관도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기초과학 분야 예산만큼은 반드시 복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인당 1억~2억원 수준인 대학 교수 기초연구비 지원 사업 예산의 경우 대학원생 인건비, 장비구입비, 실험 실습비처럼 대부분 직접적인 연구활동에 필요한 비용이 사용되는 만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기초 씨앗 역할을 하도록 국가가 장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전 수석은 “출연연에는 출연금을 늘려서 인건비와 원천연구를 위한 고유 연구 사업비를 확보해줘야 한다”며 “대신 산업부 등에서 2~3년 단기 과제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정부 R&D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리해 전체 예산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한 전 비서관도 “기초연구비를 무한정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연구자 간 적정 수준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일부 복원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과학기술 인프라 조성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 노벨상 수상까지 이뤄낸 것처럼 기초연구와 과학기술 인프라 투자를 함께 해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질적 개선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구조조정을 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가장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학생연구원 인건비 우려 등에 대해선 “연구와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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