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요일, 평소라면 대부분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이지만 많은 약국들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마스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이른바 `마스크 대란`을 조금이라도 서둘러 해소하겠다며 약사들이 손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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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서울 중구에 있는 한중약국 약사인 신모씨는 이날 “원래 일요일은 근무하지 않는데 전날 오후 늦게 마스크 물량이 들어와 하나라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려고 출근했다”며 “우리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사람과 아픈데도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며 버티는 것”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공적 마스크 판매 장소로 약국을 지정하면서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9일부터 시작된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의 업무가 더 늘어났지만, 이들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희생을 자처했다.
용산구 후암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우리 약국은 전산원이 없고 노부부 둘이서 운영하는데, 남편이 컴퓨터를 아예 다룰 줄 모르는데다 주민번호를 일일이 입력하고 판매등록을 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남편은 마스크 판매하지 말자고 했지만, 40년간 약국을 운영하면서 만난 동네 주민들의 얼굴을 봐서라도 책임감이 들어 안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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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못 산 시민의 짜증 힘들지만, 안타까운 마음”
다만 마스크를 사지 못한 일부 시민들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에선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하루에도 수십명이 마스크에 관해 물어보고 전화로도 물어봐서 업무를 할 수가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사지 못해 약사에게 화를 내는 어르신들도 많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또 “마스크 공급을 받고 싶지 않으면 약사회에 말하면 되긴 하지만 도의적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사 윤모씨는 “마스크를 못 사고 약사에게 `꼬불친 마스크` 있는 것 아니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죄송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적 마스크 판매로 약국이 많은 이윤을 가져간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약사 임모씨는 “마스크를 팔아 약국들이 남긴다는 기사를 봤는데, 카드 수수료와 세금 등을 떼면 정말 남는 것 없이 봉사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마스크 물량이 들어오면 스트레스지만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마스크를 구하러 오시는 걸 보면 안타까워서 정말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