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올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채 중 1채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지만 분양가 폭등과 더불어 청약 경쟁률까지 높아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구축 단지로도 분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초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한 뒤 재건축 호재를 누릴 수 있는 아파트가 많아질 것이란 기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국토교부 실거래가 기준 올해 1월에서 9월까지(10월 5일 조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2만6822건 중 30년 초과 아파트는 4848건으로 전체의 18.1%를 차지했다. 20%에 가까운 비중으로 매매 거래 5채 중 1채는 재건축 대상인 30년 초과 노후 아파트다.
월별 추이를 보면 30년 초과 아파트 매매 비중은 올 1월 21.1%에서 3월 15.6%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 흐름을 보이며 9월 기준 18.7%를 기록했다. 올 9월까지 거래된 서울 30년 초과 주요 아파트를 살펴보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호재가 뚜렷한 곳의 거래가 특히 많았다. 최근 약 20년 만에 재건축 조합 설립에 성공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9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아파트가 85건,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이 67건을 기록했다. 성원대치2단지 아파트는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큰 곳으로 올 상반기 전용 33.18㎡가 10억원 이하에 거래되면서 일명 ‘몸테크(몸+제테크)’ 수요가 몰린 곳이다. ‘올림픽 3대장’ 중 하나인 올림픽훼밀리타운 역시 올해 1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이달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건축 단지가 최근 매매가 상승도 주도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은 0.01% 올라 작년 5월(0.09%) 이후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그 중 재건축은 7월과 8월에 각각 0.12%, 0.03% 오른 반면 일반아파트(7월 -0.01%, 8월 보합)는 가격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
|
구축 아파트 매매가 늘어난 것은 투자 목적도 강하지만 최근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청약 경쟁률마저 높아 수요가 분산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세 차례씩 오르면서 분양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1년간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18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4%나 뛰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30년 초과 노후 단지 거래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수치상으로 큰 폭의 증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련 규정 완화 이후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재건축 단지가 일반적으로 매맷값 상승을 이끄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간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 등의 리스크도 꼭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