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꽁꽁 묶어놓고 수익률 탓만…규제 개선이 우선

[스페셜리포트]퇴직연금 기금화가 해법인가
국민연금, 사적연금 시장 진출하기보다
규제 풀어 금융기관 자유로운 투자 가능케 해야
수익률로 경쟁하는 일임형 허용 필요
  • 등록 2025-01-06 오후 5:37:40

    수정 2025-01-06 오후 6:45:10

[김성일 이음연구소 소장, 정리=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2025년은 우리나라에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적립금 성장으로 대표되는 양적 측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퇴직연금시장을 ‘퇴직연금 1.0시대’라고 한다면 올해부터는 질적 성장을 이루는 ‘퇴직연금 2.0시대’를 열어야 한다.

퇴직연금 2.0시대를 준비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퇴직연금을 기금화해 국민연금공단에 운용을 맡긴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2%대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로는 가입자들의 노후생활 대비가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7.63%로 퇴직연금(2.35%)보다 높다.

그렇다고 공적기관인 국민연금이 사적 연금 시장에 진입해 수익률을 높여주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은 ‘추주어륙’(배를 육지에서 밀어 움직이는 비효율적인 행동)에 비유할 수 있다. 본래 역할이 공적연금의 운용인 국민연금이 사적연금을 맡아 운용하는 것에 대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현재 퇴직연금에 쓰여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 민간 금융기관이 보다 자유롭게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퇴직연금은 2023년 기준으로 적립금 87.2%를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어 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고작 12.8%에 지나지 않는다. 또 퇴직연금은 위험상품 비중이 70% 이하로 묶여 있어 자유로운 투자를 하기 어렵다.

반면 국민연금은 투자한도 제한이 없고, 국내든 해외든 주식투자를 할 수 있고 실물자산에 대해 대체투자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수익률을 올리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상품 선택 시 최저위험상품인 원리금 보장상품을 제외하도록 하고 위험상품 비중 70% 제한을 푸는 등 규제 개선을 해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된 기금 운용을 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기금 운용을 하고 수익률로 경쟁하도록 하는 일임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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