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 낮다…달러 올라도 상반기 만큼 아냐"

[만났습니다]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①
하반기 성장 둔화 불가피하지만 침체는 아냐
'인플레·美 긴축'에서 '경기·주요국 긴축'으로 이슈 전환
주요국 통화정책 동조화에 달러 강세 모멘텀 완화
우크라 사태 관련 돌발 이슈 출현 여부가 변수
외환보유액 감소에 불안할 필요...
  • 등록 2022-07-12 오후 7:00:00

    수정 2022-07-12 오후 9:51:46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이 정점을 찍기도 전에 금융시장에선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는 등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는 더 무섭게 치솟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영국 등 주요국은 하반기에도 정책금리를 1%포인트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침체’ 우려에 금리 전망 기대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6일 서울 한은 소공별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화두였던 인플레와 이에 따른 통화 긴축이 주요국의 긴축 동조화로 점차 경기 이슈로 모멘텀이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국제금융시장의 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인플레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고 달러 강세도 가속화되기 보다 소강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 원장은 한은 내에서 오랜 기간 외자운용을 비롯해 국내외 외환 및 금융시장을 다뤄 온 대표적인 시장통이다. 2020년 국제국장로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스와프 자금 실무 책임을 맡아왔고 그 해 6월 외자운용원장에 부임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양 원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상황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6일 서울 한은 소공별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양석준 외자운용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지도 않았는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고 달러 강세도 강해지고 있다.

△ 최근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그동안 반영됐던 긴축 전망에 대한 기대가 완화된 영향이 크다. 미 연준의 최종 금리(terminal rate) 전망이 하락하면서 그 부분이 채권시장에 반영됐다. 내년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올해말까지만 올릴 것이란 전망으로 바뀌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최종 금리 기대치는 6월 14일 4.3%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7월 5일 현재 3.59%로 내려왔다. 연준의 금리 점도표가 연말 3.4%(중간값)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경기둔화와 관련된 부분은 채권금리 중 장기 금리가 더 빠진 것으로 표현됐다. 그 결과 금리 커브(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아래쪽으로 평평하게(플래트닝·flattening)됐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기본 시나리오에 넣고 있지 않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어디까지, 얼마나 빠르게 올리느냐에 따라 내년부터 경기침체 논란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미국만 보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1.6%)에 이어 2분기 역성장(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2.1% 예측)이 예상되고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 아닌가?

△ 기술적 침체로 보인다. 미국은 성장세가 낮아진다고 해도 올해 2%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잠재성장률을 상회해) 침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어 우려할 정도의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은 얼마나 보고 있나?

△ 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빠를수록 경기침체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잘 되면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이고 잘못 되면 하드랜딩(경착륙)인데 연준을 믿는 사람들은 심각한 침체를 감내하면서까지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채권, 주가 등 각종 금융지표는 어떻게 될까?

△ 올해 상반기때는 미국 인플레가 가장 큰 이슈를 보였고 이에 따라 채권 금리, 달러가 오르고 주가는 떨어졌다.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인플레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줄어들고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점차 경기 관련 이슈로 모멘텀이 전환되고 있다.

채권 금리는 앞으로 나올 실물 경기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으나 마이너스폭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외자운용원은 최근 하반기 전망을 통해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이 연말 0.3%포인트 역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6일 현재 장단기 금리차는 -0.07%포인트를 보이고 있다.) 주가의 경우 인플레 우려로 밸류에이션이 조정됐는데 앞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심해지고 기업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진다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침체 가능성이 낮고 인플레도 정점을 보인다면 하반기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상반기 대비 연말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레가 정점을 찍고 연준이 긴축 강도를 낮춘다는 전제 하에서다.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인덱스가 107을 넘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반기에만 9% 넘게 올랐다. 달러는 어떻게 될까?

△ 미 달러화 강세 기조가 1970년대 이후 나타난 세 차례의 달러 강세기(3년간 달러인덱스 20% 이상 오른 기간)처럼 장기간 큰 폭으로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연준이 금리 인상폭과 속도를 얼마나 잘 조절해서 경기를 연착륙시키냐에 달려 있지만 급격한 경기침체로 가진 않을 것이다. 미국과 주요국간 성장 격차 축소, 통화정책 차별화 완화 등으로 상반기와 같은 달러 강세 모멘텀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달러는 더 올라가겠지만 상반기(9%) 만큼은 아니다.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연말까지 105~11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연말 달러인덱스가 110이 된다면 6월말 대비 5% 가량 오르게 된다.)

-달러가 더 오르는 과정에서 유로와 달러의 패러티(1유로는 1달러) 붕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1999년 유로 출범 이후 2000년부터 패러티가 깨졌고 G7 공동 개입까지 이루어진 바 있다. 패러티는 상징적 의미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등 유럽 지역이 전쟁상황인 만큼 돌발 이슈가 나타날 경우 기본 전망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크다. 패러티의 붕괴도 일시적이나마 피할 수 없다.(지난 2000년 당시에도 패러티를 하회하자 유로화가 0.8수준까지 절하된 바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6일 서울 한은 소공별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환율이 장중 131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그런데도 달러 유동성 시장(달러를 빌리는 스왑시장) 상황은 안정적이다. 주요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 지금은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징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준이 미 국채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주는 FIMA(FIMA repo facility) 계약을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 맺었는데 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 금융위기 때는 자산시장이 붕괴되고 그쪽으로 유동성이 빨려 들어갔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유동성이 많아서 연준이 어떻게 흡수하느냐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은 금리차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 달러 유동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준 등에서도 투기등급 회사채의 자금 조달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신용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작은 곳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미 정책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이 유출될까?

△ 주식은 변동성이 크니 유출입이 일어날 수 있지만 채권은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 중심으로 계속해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측과도 만나면 한국물이 포트폴리오의 한 섹터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채는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를 주는 가성비 좋은 투자처다. 금리가 더 오르니까 더 들어오면 들어왔지, 국가 신용 리스크를 우려해서 돈을 빼는 나라가 아니다.

-작년엔 외환보유액 비중이 98.94%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적정 기준(100%)을 소폭 하회했고 최근엔 외환보유액이 넉 달간 감소세를 보였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 환율도 높고 경기,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라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를 나타내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특정 기준에 따라 많고 적음을 판단할 수 없다. 미국 환율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매달 외환보유액이 얼마 줄었다고 큰 일 난 것 아니냐는 시각들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외환보유액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민간에서 해외 자산이 상당히 늘어나 수 천 억 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만 갖고 위기냐,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은 과거의 프레임에 머문 게 아닌가 싶다.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약력

△1965년 12월생 △여의도고·연세대 경영학 학사·미국 미시건대 경제학 석사 △한은 외자운용원 자금결제팀장·외환운용팀장·글로벌정부채팀장 △외자운용원 운용지원부장 △비서실장 △기획협력국장 △국제국장 △외자운용원장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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