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인 줄 알았더니"…북한산 인수봉서 고려 불상 나왔다

몸통과 머리 분리된 채 발견
"코 모양 등 고려초 불상 추정"
  • 등록 2020-09-14 오후 9:13:49

    수정 2020-09-14 오후 9:13:49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서 고려 초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 발견됐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문화재청 발굴 허가를 받아 올 초부터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를 발굴조사 하던 중 인수봉 아래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등산객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야영지 상단에서다.

석불은 목이 부러져 있으나 얼굴 형태와 몸통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은 짧은 코와 두툼한 입술에 고려시대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4월 석부로 추정되는 바위가 발견된 이후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바위를 뒤집자 불상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상 머리는 몸통 다리 끝쪽 바로 옆 땅속에서 발견됐다.

석불입상의 몸체는 높이 2m·폭 65㎝, 머리는 높이 60㎝·폭 45㎝이며 전체 높이가 260㎝인 것으로 조사됐다. 석불입상 발견지 인근 지표에선 다량의 기와편과 토기편 등의 유물도 깨지고 마모된 채 확인됐다고 한다. 특히 기와에선 고려시대 기와의 특징인 어골문(물고기 뼈 모양과 같은 빗금들이 엇갈리게 겹쳐 나간 무늬)이 다수 발견됐다.

정성권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는 “이 석불입상의 짧은 코는 고려 건국 직후인 936년 조성된 충남 논산 개태사의 석조삼존불 중 좌협시보살상 코 제작 방법과 유사하며, 손의 위치와 옷차림을 볼 때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머리 위해 보개(머리에 씌우는 갓)꼬지가 있는 불상은 매우 드문데, 이 불상은 머리에 보개꽂이가 남아 있다”면서 “북한산 일대에 분포한 불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불상 중 하나로 볼 수 있어 고려 초기 불교조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석불입상을 받쳤을 대좌와 머리 위 보개가 주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정밀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구역 인수봉 아래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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